지난해 7월 24일 오후 대구시내 한 대학병원 피부과 외래 진료실. 진료 순서를 기다리던 A(39) 씨가 갑자기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술에 잔뜩 취한 A씨는 "직원들이 불친절하다"며 욕설을 퍼붓고 고함을 질렀다. 병원 안전관리요원들이 황급히 A씨를 진정시켰지만 A씨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결국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5명이 A씨를 데리고 나가야 했다.
하지만 훈방조치된 A씨는 다시 병원으로 돌아와 볼펜을 휘두르며 행패를 부렸다. 병원 관계자는 "A씨가 경찰에 다시 연행되기 전까지 1시간 동안 진료가 중단되고 환자와 의료진이 공포에 떨어야 했다"고 말했다.
병원 진료실에서 의료인을 상대로 한 폭력행위가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진료 중인 의료인에 대한 폭력은 의료인은 물론, 다른 환자의 생명이나 신체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에서는 의료인을 상대로 28건의 폭력 및 폭행사건이 발생했다. 의료행위를 막는 업무방해가 13건으로 가장 많았고, 의료진 폭행 8건, 상해 4건, 응급실 진료 방해 2건, 재물손괴 1건 등이었다.
그러나 의료인 폭력'폭행 사건은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다는 게 경찰과 의료계의 설명이다. 피해자들이 바쁜 업무 시간을 쪼개 경찰서에서 진술을 해야 하고, 보복 폭행 등을 우려해 신고를 꺼리는 탓이다. 채승기 대구경찰청 폭력계장은 "동네의원의 경우 의사와 간호사밖에 없어 환자나 보호자가 폭력을 휘두르면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지 않은 점도 문제다. 의료인 폭행이 대부분 일반 폭행사건으로 처리돼 가해자들이 벌금형을 받는 데 그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구시의사회와 대구경찰청은 지난 15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의료인 폭력 근절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경찰은 관련 신고가 접수되면 우선적으로 현장에 출동하고, 피의자를 강력 처벌할 방침이다. 또 의료인 폭행 사건이 발생할 경우 형법보다 법정형이 무거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기로 했다. 형법을 적용할 경우 폭행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지만, 응급의료법을 적용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도가 높아진다.
박성민 대구시의사회 회장은 "여의사의 비율이 25%에 이르고 간호사들도 대부분 여성이어서 남성 환자가 난동을 부리면 감당을 못 한다"면서 "CCTV도 진료실 안에는 설치가 어렵기 때문에 경찰의 빠른 출동과 강력한 대응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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