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유승민 의원 공천 여부, 언제까지 '정무적 판단'할 건가

유승민 의원을 공천할거냐 말거냐를 놓고 새누리당의 '눈치 보기'가 도를 넘고 있다. 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이한구)는 지난 15일 유승민계 현역의원들을 탈락시키면서 유 의원의 공천 여부를 최고위원회의로 위임했다. 그러나 최고위원회의는 16일에 이어 17일에도 아무런 결정을 하지 않았다. 최고위에서 공식적으로 논의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한구 위원장도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란 말만 했다. 공관위와 최고위가 '폭탄 돌리기'를 하는 꼴이다.

이는 '꼼수의 대결'이라 할 수밖에 없다. 이한구 위원장은 유 의원을 낙천시켰을 경우 뒤따를 여론의 반발 등 후폭풍에 대한 책임을 지기 싫은 것이고, 최고위원들 역시 이 위원장이 진두지휘한 '공천 학살극'의 조연이 되기 싫은 것이다. 최고위원들의 논의 거부는 이해되는 면이 있다. 이 위원장이 공천 문제 결정권은 공관위에 있음을 분명히 밝혔고 실제로도 그렇게 해왔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유 의원의 공천 문제만 지도부에 미룬 것은 더 저급한 꼼수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유 의원의 공천 문제는 총선 판도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탈락시켰을 경우 상당한 역풍이 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에게 '진실하지 않은 사람'으로 찍힌 유 의원을 선뜻 공천할 수도 없는 것이 친박계의 입장이다. 그렇다 해도 이렇게 3선 의원 한 사람의 공천을 무작정 미루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국민이 볼 때 결정을 미뤄야 할 불가피한 이유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유 의원의 공천 여부가 미뤄지는 것을 놓고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유 의원 고사(枯死) 작전이라는 소리도 나온다. 유 의원에게 심적 압박을 가해 스스로 탈당하게 하거나, 공천을 주더라도 최대한 힘을 빼놓자는 전략이란 것이다. 사실이라면 참으로 치졸하다. 유 의원이 이한구 위원장의 말대로 '당 정체성'에 위배된다면 낙천시키면 된다. 반대로 그런 결격 사유가 없다면 공천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다. 올바른 결정을 했으면 국민의 환영을 받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결정을 하면 대가를 치를 것이다. '정무적 판단'은 그만큼 했으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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