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농약 사이다 모방한 '농약 우유'

최근 상주 농약 사이다, 청송 농약 소주 사건 등의 범행 수법을 모방한 사건이 부산에서도 발생했다.

전 남자친구가 딴 여자를 만나는 데 앙심을 품고 농약을 탄 맥주와 우유로 두 사람을 살해하려 한 50대 여성이 경찰에게 붙잡혔다. 이 여성은 최근 일련의 농약 음료수 살인 사건 보도를 보고 범행을 계획했다고 진술했다. 이달 11일 오전 11시쯤 부산 동구에 사는 이모(52'여) 씨는 외출했다가 현관문 앞에 놓인 쇼핑백을 발견했다. 장애인협회 스티커가 붙은 쇼핑백 안에는 포도와 쥐포, 요구르트, 피처 맥주 등이 들어 있었다. 이 씨는 애초에 뇌병변장애가 있는 자신에게 장애인협회가 가져다 놓은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 씨는 쇼핑백에 든 피처 맥주병을 살펴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플라스틱으로 된 맥주병 아래에 구멍이 뚫렸고 이를 메운 흔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상하게 여긴 이 씨는 이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 5일 뒤인 16일 오후 1시 30분께 비슷한 일이 또 있었다. 이 씨는 현관문 앞 가방 속에서 정기 주문한 요구르트와 1ℓ짜리 우유를 들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요구르트를 먹으려고 보니 누군가 뜯은 듯 마개가 열려 있었고 며칠 전 맥주 사건처럼 우유도 밑바닥에 구멍을 뚫었다가 밀봉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 씨의 두 번째 신고를 받은 경찰은 출동해 인근에 주차된 차량 블랙박스 녹화 영상에서 한 여성이 쇼핑백을 들고 이 씨 집 현관문으로 가는 장면을 찾아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여성은 이 씨와 교제 중인 김모(51) 씨의 전 여자친구인 박모(52) 씨였다.

3년 전 김 씨를 만나 2년간 교제하다가 1년 전 헤어진 박 씨는 이별을 통보한 남자친구가 이 씨를 만나 같이 사는 데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박 씨는 뇌병변장애가 있는 남자친구가 비장애인인 자신을 버리고 같은 장애인인 이 씨를 만난 데 대해 심한 배신감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두 사람을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철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박 씨는 길거리에서 주운 못을 불로 달궈 플라스틱 우유통과 맥주통 밑바닥에 구멍을 뚫은 뒤 미리 사둔 농약을 붓고 플라스틱 빨대를 녹여 다시 구멍을 메우는 치밀함을 보였다. 농약이 든 맥주 등이 든 쇼핑백에는 범행을 위장하려고 장애인협회 스티커를 붙였다.

박 씨는 최근 농약을 몰래 탄 음료수나 소주로 지인 등을 살해한 사건 보도를 보고 이번 범행을 계획했다고 털어놨다. 범행을 시인한 박 씨는 경찰에서 "배신감에 범행을 저질렀다. 후회된다"고 진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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