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베낭 메고 세계 속으로] <상>러시아 수도 모스코바

사원 형상 금빛 크레믈궁 政敎一致 국가의 흔적 황제·사제 유골 안치

러시아 황궁인 크레믈궁 안에 있는 사원들. 앞쪽 큰 사원이 성모승천사원이다.
러시아 황궁인 크레믈궁 안에 있는 사원들. 앞쪽 큰 사원이 성모승천사원이다.
붉은 광장 입구에서 맨 끝 쪽에 위치한 바실리 성당. 한 폭의 동화 속 그림 속에 온 듯 아름답다.
붉은 광장 입구에서 맨 끝 쪽에 위치한 바실리 성당. 한 폭의 동화 속 그림 속에 온 듯 아름답다.
모스크바 시내 곳곳에선 러시아 영웅들을 볼 수 있다. 자본주의를 비판한
모스크바 시내 곳곳에선 러시아 영웅들을 볼 수 있다. 자본주의를 비판한 '자본론'을 쓴 카를 마르크스 동상.
모스크바의 옛 정취가 묻어나는 쇼핑가인
모스크바의 옛 정취가 묻어나는 쇼핑가인 '아르바트 거리'에서 만난 고려인 '빅토르 최'의 추모벽.

"아직도 세계 최강대국 자존심은 유지하죠."

유라시아 대륙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러시아. 20세기 중'후반에는 '소비에트 연방공화국'(소련)으로 미국과 함께 세계 양대 축을 형성하며 전 세계를 호령했다. 21세기에도 러시아 연방공화국으로 경제적으로는 다소 뒤처져 있지만 여전히 미국'중국'일본, 유럽 강대국(영국'프랑스'독일) 등과 함께 세계 중심국가로 자리하고 있다.

러시아의 심장부 모스크바에서는 대국의 자존심이 살아있는 나라임을 느낄 수 있다. 시내 어디를 가도, 영어 간판을 보기 힘들다. 나라 살림은 어렵지만 미국'유럽과는 다른 색깔의 자존심만은 꺾이지 않았다. 특히 문화'예술에 있어서는 여전히 세계 최고라 여기고 있다. 몇몇 친절한 러시아인들을 만나게 되면서, 그들의 무뚝뚝한 표정 뒤에 낭만과 의리도 엿볼 수 있었다.

◆동로마제국의 정통성을 이은 러시아정교

러시아를 제대로 보려면, 크레믈궁(크렘린궁'러시아 황궁)을 찾으면 된다. 정교일치의 국가였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크레믈궁은 화려함의 극치다. 밖에서 보면 예배를 드리는 성스러운 성당 같지만 안에는 사원 공동묘지다. 둥근 황금탑으로 치장된 사원 안에 들어가면, 사방 벽을 따라서 러시아 역대 황제들과 존경받는 성자 또는 대주교들의 관과 유골들이 안치돼 있다. 크레믈궁 안 성모승천사원은 대주교 및 총주교들의 무덤이다. 이 성모승천사원은 국왕들의 대관식이 치러졌던 곳으로 국가문서 및 명령서를 발표하는 장소로 활용됐다. 16세기 말부터 1700년까지 대주교 및 총주교 19명의 장사를 지냈고, 관들은 사원 벽을 따라 놓여 있다. 초콜릿 키세스 모양의 종탑을 내부에서 보면, 예수님이 하늘에서 인간들을 내려다보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대천사사원은 류릭 왕조와 로마노프 왕조의 황제 무덤으로 이반 2세, 바실리 1세, 미하일, 알렉세이, 표도르, 표트르 2세 등의 유골이 묻혀 있다.

러시아정교는 가톨릭의 정통성과 러시아가 결합했다는 점에서 강력한 국가 종교로 거듭났다. 모스크바 공국의 황제였던 이반 3세는 멸망한 동로마제국의 마지막 질녀와 결혼하면서, '카이사르'의 러시아식 발음인 '차르'를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사건은 동로마제국의 상징이었던 '쌍두독수리'를 러시아가 공식적으로 가져온 일이다.

◆사회주의의 상징, '붉은 광장'

러시아 사회주의 상징인 '붉은 광장'은 이제 자본주의로 물들어 있다. 붉은 광장 안에는 스케이트장과 함께 놀이동산이 자리하고 있으며, 맞은편에도 대형 쇼핑몰이 자리하고 있다. 마치 유럽의 최고급 쇼핑몰에 온 기분이 들게 한다. 건물 양식도 유럽식이며, 전 세계 유명 브랜드들을 다 찾아볼 수 있다.

'붉은 광장' 주변 역시 볼거리가 많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바실리 성당'. 제일 높은 둥근 황금 첨탑을 중심으로 초록-노랑-파랑-적색-흰색의 둥근 첨탑들이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의 아름다움으로 마치 동화 속 그림을 연상하게 한다. 이 성당은 모스크바를 상징할 정도로 아름다운 성당이다. 바실리 성당 역시 안에 들어가면(입장료는 한화 7천원 정도) 예배당은 없고, 성자들을 추모하거나 성소를 올리는 작은 공간들로 가득하다.

붉은 광장으로 향하는 큰길 인근 광장에는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직시한 '자본론'의 저자 카를 마르크스의 동상이 늠름하게 서 있다. 붉은 광장에는 대리석으로 만든 레닌의 묘가 자리하고 있다. 지금은 내부를 볼 수 없지만, 한때 레닌의 묘 안에 들어갈 수 있도록 개방한 적도 있었다. 아직도 러시아 국민들은 한때, 사회주의 국가로 최전성기를 구가했던 레닌과 스탈린을 국가 영웅으로 여기고 있다. '강한 러시아'를 원하는 국민들의 열망 탓에 '강한 러시아'를 주창하는 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10년 통치 이후 재집권을 하고 있음에도 90%에 가까운 지지를 받고 있다.

◆아르바트 거리에서 만난 '빅토르 최'

모스크바에서는 어딜 가도 러시아 영웅들의 동상을 만날 수 있다. 시내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이 우뚝 서 있으며, 국립러시아도서관 앞에서는 도스토옙스키의 동상을 볼 수 있다. 러시아 사회주의 이론가 마르크스뿐 아니라 강력한 통치자 레닌과 스탈린의 동상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볼쇼이 국립대극장' 뒤편의 쇼핑가를 걷다 보면, 19세기 말 러시아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작가 안톤 체호프와 근대 연극 이론을 정립한 연출가이자 배우인 스타니 슬라브스키의 동상도 만날 수 있다.

모스크바 도심 곳곳에는 각 분야의 러시아 영웅들이 국민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려는 듯 우뚝 서 있었다. 대한민국 서울 인사동 거리와 비슷한 아르바트 거리에서는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시로 유명한 알렉산드르 푸시킨과 그의 부인 나탈리아 곤자르바가 함께 관광객들을 반기고 있다. 아르바트 거리를 따라 5분 정도 걸어가자 한쪽 골목에 고려인으로 러시아 국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록가수 '빅토르 최' 추모벽도 만날 수 있었다. '빅토르 최'는 초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던 만 28세에 교통사고로 요절해 그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리움이 더했다.

※러시아 연방=면적 약 1천709만 ㎢로 한반도의 77배가 넘는다. 인구는 1억4천여만 명으로 세계 9위. 국내총생산(GDP)은 1조2천358억달러로 세계 13위 수준이다. 러시아 1루블(RUB)은 원화로 환전하면 3월 15일 기준으로 16.93원이다. 수도는 모스크바이며, 제2의 도시는 상트 페트르부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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