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長考 들어간 유승민…손에는 윤동주 '별 헤는 밤'

劉 "나를 흔든 시…외로움 깊어질 때 떠올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의 한 구절이다. 이 시에는 식민지의 비극 속에서 꿋꿋이 저항하다가 삶을 마감한 젊은 시인의 절절한 심경과 외로움이 드러난다.

별 헤는 밤은 유승민 의원이 좋아하는 시다. 그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나를 흔든 시 한 줄'로 이 구절을 꼽으며 "정치인으로 살며 외로움이 깊어질 때마다 윤동주의 시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이 시를 좋아하는 이유로 "식민지 지식인 청년이 처한 상황이 와 닿았다"며 옥중에서 느꼈을 좌절과 슬픔, 저항 정신이 구절구절 느껴진다고 했다. 유 의원은 윤동주 시비를 찾아 일본까지 갔을 정도다.

공천 탈락 위기 속에서 유 의원은 윤동주의 시를 읽었다. 지난주 찾은 유 의원의 대구 선거사무소 집무실 책상에는 윤동주 시집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시)'가 놓여 있었다. 파란색 표지였다. 이 시집은 윤동주의 일생을 다룬 영화 '동주'가 인기를 얻으며 최근 한 출판사에서 복간한 초판본이다.

시대는 다르지만 유 의원은 윤동주가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느꼈던 적막함과 외로움을 최근 느꼈을지 모른다. 김희국, 조해진, 이종훈 의원 등 측근들이 공천에서 추풍낙엽처럼 떨어지면서 이 외로움에 미안함까지 더해졌을 것이다. 공천 탈락한 조 의원에게 전화해 "힘내고 용기 잃지 마라"고 했던 것도 미안함의 표현이다.

지금 온 언론과 정치권의 눈이 유승민에게 쏠려 있다. 친유승민계를 정리한 친박이 최대한 시간을 끌며 유 의원을 컷오프(공천 배제)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미 손발이 잘렸으니 살려둘 것이라는 예측이 함께한다.

정치권 인사들은 "지금까지 유 의원의 정치 행보를 본다면 저항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국회법' 개정안 파동 시 친박의 사퇴 압박에도 13일간 버티며 의원총회에서 전체 의원의 뜻을 구한 뒤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고, 사퇴 기자회견에서 '헌법 1조 1항'을 강조하며 청와대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을 예로 들었다. 또 그는 올해 초 사석에서 "이번에 떨어진다고 해서 내가 정치를 안 하는 것이 아니다. 나중에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으면 갈 것이다. 길게 본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지난한 싸움을 예상한 발언으로 읽힌다.

윤동주가 별 헤는 밤을 쓴 것은 1941년, 일제강점기 말기였다. 유 의원은 윤동주를 좋아하는 이유로 "일제 초기에는 저항하다 투항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끝까지 저항정신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긴 밤을 보내고 있을 유 의원은 윤동주의 시를 읽으며 어떤 결단을 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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