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990년대 중반부터 민간자본에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을 맡기면서 '최소운영수입보장'을 약속했다. 이는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해도 매우 잘못한 정책이었다. '자기 책임 하의 투자'라는 자본주의의 대원칙을 어겼기 때문이다. 이는 손해 볼 투자도 강행하는 '도덕적 해이'를 초래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무책임이 '이익의 사유화와 손실의 사회화'를 부른다는 점이다. 미국 컬럼비아대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는 2008년 금융 위기를 촉발한 월가의 금융 회사들이 정부의 구제금융으로 살아난 뒤 다시 임직원들에게 '돈 잔치'를 벌이는 행태를 비판하면서 이런 표현을 썼다. 민간자본에 대한 운영수익 보장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민간자본은 절대로 손해 볼 일이 없다. 민간자본에 운영 수입을 보장해주는 원천인 세금을 내는 국민이 손해 볼 뿐이다.
최근 개성공단 비상대책위원회가 가동 중단에 따른 입주업체 피해 보상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이해는 되지만 의아한 것이 있다. 왜 피해만 얘기하고 개성공단에서 벌어들인 수익에 대해서는 말을 않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는 없지만 간접적인 추정은 가능하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남한은 2005년부터 2013년까지 개성공단을 통해 약 3조6천억원의 내수 진작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됐다, 입주업체가 그 덕을 보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실 개성공단은 매우 리스크가 큰 사업이었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의 '평화 분위기'를 타고 조성됐지만 그 평화는 '의사(擬似) 평화'였다. 남북 간의 정치'군사적 충돌이 격화할 경우 언제든 폐쇄될 가능성은 상존했다는 것이다. 결국 입주업체들이 개성공단을 통해 수익을 올렸다면 이는 폐쇄 가능성이란 리스크를 감수한 대가이다. 폐쇄에 따른 1조원 가까운 피해액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피해액을 정부가 보상하라는 것은 리스크 감수에 따른 이익은 갖고, 손해는 보지 않겠다는 소리나 같다. 입주업체들의 사정은 딱하나 이런 요구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공감할지 의문이다. 피해 보상 요구는 '손실의 사회화'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보상하는 돈은 국민이 낸 세금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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