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CCTV가 놓친 주부 납치 용의자, 시민의 눈에 잡혔다

지인 설득에 경찰서 와서 자수…롯데마트 뒤늦게 "CCTV 설치"

폐쇄회로(CC)TV가 잡지 못한 롯데마트 포항점 주차장 주부 납치 강도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를 시민의 눈이 잡았다.

주차장 주변에 CCTV가 없어 용의자 추적에 어려움을 겪던 경찰은 17일 오후 공개수사로 전환하고 시민 제보에 기대를 걸었다.

한 시민의 결정적 제보로 용의자의 신병 확보가 초읽기에 들어간 시각, 용의자 A(51) 씨가 같은 날 오후 11시 15분쯤 스스로 경찰서로 걸어들어와 범행 일체를 모두 털어놨다. 사건 발생 사흘, 공개수사 개시 8시간 만이었다.

부산으로 도주한 것으로 보이는 나머지 용의자 1명도 경찰이 동선을 모두 파악, 조만간 검거될 전망이다.

A씨의 자수는 경찰에 A씨를 신고한 지인의 설득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인은 경찰에 신고하는 동시에,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어차피 잡힌다. 자수하면 정상참작이 될 수 있으니 당장 경찰서로 가라"고 설득했다.

A씨 등은 지난 14일 롯데마트 포항점 주차장에서 장을 보고 나오던 주부를 납치한 뒤 신용카드 비밀번호를 알아내 현금인출기에서 100만원을 빼내 달아났다. A씨가 포항에서 10년 넘게 대리운전일을 해왔다는 점에서, 경찰은 취객 등을 상대로 추가 범행이 있었는지 여부도 확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자신의 얼굴이 전국에 공개수배되자 큰 부담을 느끼고 자수하게 된 것 같다. 범행현장 주변에 CCTV가 없는데다 A씨는 관련 전과가 없어 범인 검거에 어려움이 클 뻔했는데, 시민들이 적극 동참해줘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다"며 "달아난 공범도 최대한 빨리 검거, 사건을 마무리 짓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주부 납치 사건 발생으로 안전불감증을 여실히 드러낸 롯데마트 측은 이달 말까지 1천200만원을 들여 주차장 주변에 CCTV를 설치하기로 했다.

포항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1천200만원 때문에 쇼핑객의 안전을 내팽개쳐온 롯데마트의 영업 행태에 분노를 느낀다"며 "포항 시민들이 지난 10년 동안 이렇게 위험한 곳에서 장을 봤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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