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봄날

입춘이 지난 지가 이미 오래고 우수와 경칩에 춘분까지 지났으니 이제 정말 완연한 봄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가지마다 꽃망울을 터뜨리며 봄소식을 전하고 사람들은 봄꽃 향에 취해 새봄맞이에 한창이다. 새봄맞이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으로 따뜻한 봄바람 따라 떠나는 봄꽃놀이가 있다. 봄을 재촉하는 매화를 시작으로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벚꽃, 철쭉 등이 서로 경쟁하듯 피어나며 봄꽃의 향연이 시작된다.

추위를 이기고 꽃을 피워 은은한 향을 전하는 매화는 예로부터 선비들이 가장 사랑한 꽃이기도 하다. 기품 있는 선비의 상징인 매화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달성군 화원읍 남평 문씨 세거지가 있다. 삼우당 문익점의 후손들이 집성촌을 이룬 이곳은 정갈하고 기품이 느껴지는 한옥과 토속적인 아름다움이 있는 흙돌 담장이 매화와 잘 어우러져 옛 선비의 품격까지 느낄 수 있다. 이곳은 일연선사가 삼국유사의 뼈대를 구성한 인흥사 절터이기도 하며 가까이에 인흥서원과 마비정 벽화마을, 사문진 주막촌도 있어 가족 나들이를 하기에도 좋다. 여름에는 흐드러지게 피는 능소화가 또한 일품이며 마비정 벽화마을의 이팝나무길도 빼놓을 수 없다.

화려하게 피었다가 꽃비가 되어 흩날려 봄꽃 중에서도 특히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벚꽃은 달성군 옥포면 용연사 벚꽃길과 유가면 달창지 벚꽃길, 다사읍 이달박 벚꽃길, 그리고 가창면 헐티로 벚꽃길 등이 있다. 용연사와 달창지 벚꽃길은 산책하기에 좋으며 이달박과 헐티로 벚꽃길은 드라이브하기에 좋다.

진달래는 먹을 수 있는 꽃이라 해서 참꽃이라고도 부른다. 달성군 비슬산 정상에 약 100만㎡(30만 평)에 달하는 전국 최대 규모의 참꽃 군락지가 있다. 옛 선조들은 단맛이 나는 이 참꽃으로 화전을 만들어 먹거나 두견주를 담그기도 했다고 한다. 분홍빛 참꽃 물결이 장관을 이루고 하늘과 맞닿은 천상의 화원이라 불리는 이곳은 일연선사가 삼국유사의 토대를 마련한 천년 고찰 대견사와 국내에 분포하는 암괴류 중 규모가 가장 큰 비슬산 암괴류가 함께 있다.

마치 하얀 쌀밥 같은 흰 꽃을 피우는 이팝꽃도 있다. 달성군 옥포면 교항리에 이팝나무 군락지가 있다. 다리목마을 세청숲으로 불리는 이곳은 대구의 대표적 이팝나무 군락지다. 눈부시게 흰 꽃으로 온 숲이 덮이면 새하얀 눈이 내린 듯 장관을 연출하니 이 또한 놓칠 수 없다.

봄이 오면 온 세상이 꽃 천지다. 열흘 붉은 꽃 없다고 했으니 애써 멀리 가지 말고 주변에서 새봄을 즐겨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봄꽃 피고 봄비 내리고 봄바람 부는 말 그대로 봄날이다. 내 마음에도 아울러 새봄이 찾아오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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