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봉독'을 칠곡의 성장동력으로

"동구 밖 과수원 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하얀 꽃 잎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네."

누구나 첫 소절을 들으면 함께 흥얼거릴 수 있는 '과수원길' 노래처럼 '하얀 꽃 잎파리'가 눈송이처럼 날리는 동네가 바로 국내 최대 아까시나무 군락지를 보유하고 있는 칠곡군이다. 칠곡군은 국내 유일의 양봉산업특구로 지정된 곳으로 아까시나무 군락지를 비롯한 밤나무, 헛개나무와 같은 밀원식물이 많이 자생하고 있고 꽃 재배량이 많은 지역이다. 사계절 내내 기온차가 크지 않고 따뜻하기 때문에, 낮은 온도에서 살 수 없는 벌의 특성을 고려하면 양봉을 하기에 아주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의 양봉 기술은 꿀 중심의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벌꿀이 차지하는 비중이 65.7%, 프로폴리스가 15.6%, 로열젤리·화분·봉독 등은 2% 미만으로 꿀 이외의 양봉산업은 매우 취약한 편이다. 벌꿀 및 관련 제품 수입이 증가함에 따라 양봉 농가 숫자가 2002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도 꿀 이외의 양봉산업이 취약한 것과 같은 맥락상에 있다.

전 세계 주요 100대 농작물의 71%가 꿀벌의 수정에 의존하며 식물이 수정하지 못하면 생태계의 균형이 파괴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꿀벌이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생태계의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고 보존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꿀 의존적인 양봉산업에서 벗어나 다양화된 양봉산업의 개척과 확장이 시급한 실정이다.

국내 유일의 양봉특구로 지정되어 있는 칠곡군에서는 양봉산업 활성화를 통한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해 양봉 농가, 수의사, 한의사로 구성된 '봉독 치유농업 모델화사업단'을 구성하여 양봉 농가에서 채집하는 봉독을 정제하여, 각종 의약품, 가축약품, 화장품의 원료로 공급할 예정이다. 봉독은 선진국에서 기술개발이 미흡한 분야로 우리나라가 기술개발을 주도하여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분야이다. 봉독의 가치가 재조명되어 관련 연구가 국내에서 활성화된 것은 불과 20여 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현재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채취 기술 및 정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봉독은 인체에 유해한 자극 없이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명약으로 적절한 용량과 정확한 시술 방법이 지켜진다면 부작용 없이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봉독은 소염진통작용이 우수하여 디스크나 협착증, 관절염과 같은 척추관절질환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또 인체의 면역체계를 정상화시키기 때문에 자가면역질환이나 난치성 피부질환에 응용할 수 있고, 간 수치를 낮추고 간세포를 보호하며, 신장의 기능을 정상화시키고, 항암작용을 나타내며, 치매예방, 파킨슨병 치료에도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에는 항균작용, 세포 재생, 미백 효능도 입증되어 봉독 화장품이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다. 따라서 봉독은 의료와 미용의 영역에서 더 다양화되고 미래 양봉산업을 선도해 나갈 새로운 주체로 부각될 것이다.

양봉산업은 다양한 산업과 접목이 가능하고 더 나아가 창조적인 융합산업이 파생될 수 있다. 봉독 치유농업 모델화사업은 양봉현장에서 첨단 기술과 정보를 응용하여 고품질의 봉독 생산을 목표로 하며, 기술 혁신과 학문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봉독의 새로운 수요 창출에 힘쓰며, 봉독을 비롯한 다양한 봉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이런 노력을 통하여 양봉 농가와 소비자가 상생하는 모델을 구축하고, 봉독이 칠곡군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도록 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이다. 시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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