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긴급진단 한국패션연구원] <2>패션산업 경쟁력 악화 자초

봉제·패션기업 '金 원장 퇴진' 서명

지역 봉제'패션업계는 한국패션산업연구원(원장 김충환'이하 패션연)이 지원 대상 기업들을 홀대했으며, 패션연 내부의 잦은 인사이동 탓에 업무 경쟁력이 약화됐다고 지적한다.

◆"구체적 고민하기는 커녕 책임만 물어"

대구경북 패션업체들은 "김충환 패션연 원장이 업체들의 지원사업 개선 요구를 묵살했으며, 패션연이 주도하는 사업에 이견 없이 참여할 것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패션업체와 패션연의 갈등은 지난해 3월 '2015 상하이 CHIC'(프리뷰 인 차이나)에서 절정에 달했다. 당시 패션연 인솔을 받아 중국에 도착한 대구경북 25개 패션업체 중 4개 업체가 세관에서 사흘간 억류당했다가 그 길로 귀국했다. '까르네'(견본'제품 등을 전시만 하고 그대로 가져오기로 약속하는 통관 담보 서류)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이후 김 원장이 "적발된 업체로부터 사업비를 환수하겠다"고 밝히자 해당 업체들은 "패션연이 사전에 까르네 작성을 의무화하지 않아 단 2개 업체만 까르네를 작성했다. 구제책을 함께 고민하기는커녕 책임만 묻는 것은 지나치다"고 항의했다.

'불통'을 참다못한 대구경북패션사업협동조합 소속 20여 개 패션업체는 지난해 '원장 퇴진 서명운동'과 대구패션페어(패션연 주관) 보이콧에 나서기도 했다. 패션페어에 참가한 대구 업체는 2012년 100개 사에서 지난해 59개사로 줄었다. 국내외 바이어 초청에 한몫을 하던 대구 업체들이 빠지자 패션페어 방문객(바이어 포함)도 같은 기간 1만5천여 명에서 4천186명으로 줄었다.

◆"규정 어긴 업체 세금으로 지원 못해"

직원의 전공'직무를 고려치 않은 무리한 인사이동과 부당한 업무지시도 패션연의 경쟁력을 낮춘 원인으로 지목된다. 패션연과 대구시 등에 따르면 2012년까지 패션연 기획관리실장(본부장급)이던 수석연구원 윤모(48'섬유염색 전공) 씨는 지난해 1월 창조경제혁신추진 전담팀(팀장)으로 발령돼 섬유'패션 제도 개선 및 신규 사업 발굴을 담당했다. 같은 해 10월 별다른 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경영관리팀(팀원)에 옮겨간 윤 씨는 잡초 뽑기, 담배꽁초 줍기, 거미줄 제거 등의 잡무를 맡았다. 다른 연구직 2명도 부서를 옮겨 비사무직 업무를 지시받았고, 이들 중 윤 씨 등 2명이 노조에 가입하자 나머지 한 명이 본부장직으로 이동했고, 이들 직원에 대한 불필요한 업무지시도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패션연에서는 지난 2년간 다양한 업무를 경험해야 한다는 이유로 기업지원'연구과제를 맡던 직원에게 회계'기획을 맡기는 등 수차례 인사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패션연 한 직원은 "업무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는 인사 탓에 연구개발과 기업 지원 실적이 낮아졌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패션연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 보고한 '2015년도 전문연 사업 결과'를 보면 패션연의 중소기업 기술지원 건수는 산자부 지정 목표치(6천640건)에 크게 못 미치는 2천758건, 민간수탁금액도 산자부 목표치(1억4천960만원)의 11% 수준인 1천320만원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대구시의 주력사업에 참가하지 않거나 규정을 지키지 않은 업체까지 시민 세금으로 사업 지원을 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인사 역시 고임금 직원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기에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자 인사위원회를 거쳐 다른 업무를 맡긴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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