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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먼저 날 쳐라" vs 이한구 "알아서 나가라"

새누리당 대구 동을 유승민 의원(왼쪽)과 이한구 새누리당 공직자후보추천관리위원장. 매일신문D/B
새누리당 대구 동을 유승민 의원(왼쪽)과 이한구 새누리당 공직자후보추천관리위원장. 매일신문D/B

21일이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대구 동구을)의 운명의 날이 될 것인가.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결말을 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새누리당 이한구 공직자후보추천관리위원장은 20일 유승민 의원의 자진사퇴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히며 시간 끌기를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유 의원은 "스스로 물러나지는 않겠다"며 새누리당의 결론을 기다리고 있다.

새누리당은 당초 21일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유승민 공천 문제를 마무리짓겠다고 밝혔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22일 오후 9시 최고위원회를 열어 유승민 문제 등 공천 문제를 막판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20대 총선 공식 후보자 등록이 오는 24~25일이고, 새누리당의 공천자대회가 23일로 예정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유 전 원내대표의 공천 여부는 늦어도 22일까지는 확정돼야 한다. 하지만 유 의원의 공천 문제는 해답이 정해져 있는 듯 보인다.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20일 공관위 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나 유 전 원내대표의 자진사퇴를 기다리는 것이냐는 질문에 "나는 기다리고 있다"면서 "그게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아니겠냐"고 대답했다.

이한구 공관위원장의 '유 의원 자진사퇴론' 입장을 감안하면 22일 최고위에서도 결론이 날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진 않는다. 막판까지 시간끌기로 유 의원의 힘을 빼고,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유 의원에 대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도록 벼랑끝 전술을 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유 의원도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점이다. 유승민 의원은 친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측근들이 줄줄아 공천 배제되자 지난 16일 새벽 자택을 나가서 닷새째 칩거 상태다. 그는 "스스로 물러나지 않겠다"며 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을 계속 기다리는 형국이다.

공관위원인 박종희 새누리 제2사무부총장 역시 20일 KBS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유승민 의원의 공천 문제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복잡하다"며 "원내대표 시절 대정부질문이라든가 국회법 파동, 대구지역 선거에 미치는 영향, 수도권에 대한 파장 등이 있어 공관위가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박 부총장은 또"당을 어렵게 만든 문제가 있어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당연히 경선을 실시해서 경쟁을 해야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면서도 "국회법 파동 뒤에 본인의 거취와 관련해서 당을 어렵게 만든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는 분들이 많다"고 강조해 사실상 공천에서 배제할 속내를 시사했다.

한편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는 21일 현재까지 20대 총선 지역선거구 253곳 중 214개를 확정지었지만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대구 동을) 공천은 여전히 늦추고 있다. 만일 새누리당과 유 의원 양측이 22일까지도 모두 평행선을 달릴 경우, 유 의원 입장에서는 마지막 수순으로 23일 '탈당 및 무소속 출마'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예상도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이것이 유승민 공천을 배제하고 역풍도 최소화하는 새누리당 공관위의 시나리오일지도 모른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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