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자율주행자동차가 최근 미국에서 처음으로 사고를 냈다. 이에 따라 제조사 또는 운전자, 동승자의 사고 책임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과실 책임 등의 제도적 장치가 자율주행차 산업 자체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애매모호한 과실 논쟁
지난달 1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위치한 구글 본사에서는 구글이 시험 주행 중이던 무인자동차가 시내버스와 가벼운 접촉사고를 내는 'AI(인공지능)의 실수'가 벌어졌다. 버스에는 승객 16명이 탑승해 있었지만 부상자는 나오지 않았고 두 차량 모두 가벼운 손상을 입었다.
구글 측은 이 사고와 관련해 "우리에게 일부 책임이 있는 것은 명확하다"며 과실을 인정했다. 무인자동차는 버스가 속도를 줄이거나 길을 양보할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버스가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아 발생한 사고라고 했다. 특히 구글은 개발 중인 무인자동차에 대해 "모두 책임지겠다. 책임 문제는 확실하다. 무인자동차 시대에는 제조사가 100% 책임지고 운전자는 책임을 지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입장이 계속될지는 의문이다. 우선 운전자의 규정이 애매하다.
현행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차량으로 인한 인명사고가 났을 때 처벌할 자를 '운전자'로 한정하고 있다. 따라서 무인자동차의 경우 서버 관리자나 AI 개발자를 운전자로 볼 수 있을지 모호하다.
또 운전하는 사람 대신 AI 서버 관리자를 처벌해야 하는 지도 의문이다. 구글에서 만든 자동차가 사고를 냈다고 하면 미국에 있을 서버 관리자를 처벌할 경우 복수의 나라에서 재판을 받게 되는 복잡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교통사고가 민사사건으로 넘어갈 경우에는 더욱 복잡해진다. 인간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냈을 경우 양측의 과실 여부를 가려 인간 운전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울 수 있다. 운전자가 없는 무인자동차의 경우 무인자동차를 만든 회사에 제조물의 하자에 따른 책임을 지워야 한다.
하지만 소비자가 AI를 만든 무인자동차 개발사 측에 하자책임을 묻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이다. 민사법 특성상 AI에게 잘못이 있다는 것을 피해자가 입증해야 하는데 일반인으로서는 정교한 프로그램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AI가 계산된 대로 행동했는데도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어디까지를 잘못으로 봐야 할지도 일반 소비자들이 판단하긴 어렵다.
◆손 놓고 있는 현실
우리나라의 경우 무인자동차가 이런 '실수'를 했을 때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울 방법이 현재로서는 전무한 상황이다. 우선 형사책임을 물을 경우엔 '운전자가 없이' 운행을 했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책임을 지을 수 없다. 현행 교통사고처리특례법 등은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운전자가 주의의무를 위반했는지'를 기준으로 형사책임을 지울지 여부를 판단한다. 하지만 무인자동차의 경우 운전자가 없기 때문에 이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 정부에선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 실험단계에 불과한 자율주행자동차 산업에 대한 준비가 게을러 보인다.
반면 이른 시기에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한 일부 변호사 업계는 발 빠르게 대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법무법인은 지난해 12월 무인자동차 TF팀을 이미 꾸렸다. 다른 법무법인도 지난 2월 초 '드론'무인자동차 실무연구회'를 만들어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 오는 4월 7일 열릴 창립 세미나에서는 드론과 관련된 법적 문제와 함께 무인자동차, 자율주행자동차의 교통사고로 인한 배상책임 문제도 다룰 예정이다.
◆시급한 제도 보완
자율주행자동차의 사고 시 과실입증 책임을 운전자에게 지우는 현행 법'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받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 박준환 연구관은 최근 '자율주행자동차 교통사고 시 손해배상 책임에 관한 쟁점' 보고서에서 "과실의 입증 방법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연구관은 "자율주행차라고 해도 교통사고의 발생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런데 자율주행차가 포함된 교통사고의 손해배상은 기존 법령으로 처리하기에 불합리한 요소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자율주행차 교통사고와 관련해 의미 있는 질문은 '사고의 원인이 되는 과실을 누가, 얼마나 범했는지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이다"라며 "사고 원인과 과실주체 파악이 중요한 정책 방향"이라고 분석했다.
4가지 고려사항도 제시했다. 그는 우선 자율주행차에 대한 법적 정의와 함께 자율주행의 정도에 대한 법적 구분이 필요하다고 봤다. 사고 당시 자율주행 상태였는지, 운전자의 개입이 있었는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자율주행차의 결함을 규명할 수 있는 장비를 차 안에 설치하도록 강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든 자율주행차에 항공기의 블랙박스 같은 장치를 장착할 수 있다.
특정 기록장치로 수집한 정보를 일정 기간 보관하고 전문기관에 제출하도록 하는 절차도 제안했다. 아울러 보험 가입 의무를 자동차 소유자뿐 아니라 자율주행차 제조사에도 부과하는 방안을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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