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의 창] 기지개 켜는 중남미의 4인방

한국외국어대(스페인어 전공) 졸업. 전 한국스페인어문학회장. 전 외교부 중남미 전문가 자문위원. 현 한·칠레협회 이사
한국외국어대(스페인어 전공) 졸업. 전 한국스페인어문학회장. 전 외교부 중남미 전문가 자문위원. 현 한·칠레협회 이사

칠레·페루·콜롬비아·멕시코 이미지 개선

관세 장벽 최소화로 자유시장 원칙 중시

고속 성장·투자 확대 경제적 선순환 구조

개방·공유·관용, 국내 정치권도 본받아야

세계적으로 각종 불안 요소가 많이 표출되는 시기이다. 중남미도 예외가 아니다. 한때 만연했던 군부 쿠데타와 부패 정치로 야기된 혼란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듯했으나, 열광하는 국민의 지지율에 도취되어 인기영합적인 정책으로 경제를 엉클어놓았던 나라가 있는가 하면, 거대 자본가와 뒷거래를 통해 모은 자금으로 그 인기를 유지하는 밑천으로 삼았다는 것이 드러나 전직 대통령이 경찰에 불려가 수사를 받는 신세가 된 나라도 있다. 고유가 시기에 벌어들인 막대한 오일 달러로 서민을 위한 지도자상 구현과 국제 연대라는 미명으로 마구 퍼주기를 하다가 국고가 거덜나서 결국은 그 서민과 도움받던 나라들을 예전보다 더 힘들게 만든 나라도 있다.

스스로를 중남미인이라기보다는 유럽인으로 자처하고 프랑스 파리보다도 더 우아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면서 한때 세계 4위의 경제 대국이기도 했던 아르헨티나, 축구의 왕국으로 알려진 중남미의 맏형 브라질, 일찍부터 최신형 세단 차와 현대식 고층 건축물 같은 미국식 도시 모양을 갖춘 바 있는 남미의 옛 선진 부국인 베네수엘라 등이 이런 나라이다.

그런데 새로운 중남미의 선진국으로 가려고 기지개를 켜는 나라들도 있다.

칠레는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2명이나 배출한 문화국이었지만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피노체 정권이 무수한 인권 탄압으로 국제적 지탄을 받았었다. 하지만 강력한 리더십으로 경제적 기반을 닦은 후에 민선 정부로 이어지게 하였으며, 온건 사회주의 정권의 등장도 가능하게 하였다. 또 과감한 개방 정책으로 외국 자본과의 건전한 경쟁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높였다. 이 결과로 칠레는 중남미 치안 모범국이자 정치, 경제 선진국으로 도약하고 있다.

페루는 잉카 문명과 드넓은 아마존 자연자원 등 무수한 유적지와 관광 명소를 가지고 있었고 유엔 사무총장도 배출한 나라임에도 우익 부패 독재 정권과 좌익 게릴라 간의 충돌로 내란 수준의 혼돈을 겪은 바 있다. 그러나 페루 역시 20여 년 동안 이를 잘 수습하면서 모범적인 경제성장률을 달성한 국가로 부각되었고, 지금은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새 시대를 맞고 있다.

콜롬비아도 할리우드 영화의 나쁜 무대로 자주 등장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마약 재배의 소굴, 납치범의 천국으로 알려질 정도로 아주 부정적인 이미지를 준 나라였다. 그런 콜롬비아가 정치 지도자의 리더십으로 사회 불안 요인들을 획기적으로 제거하여 옛 스페인 식민지 시절의 남미 중심국다운 면모를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북미에 속한 멕시코는 유네스코 지정 인류 문화 및 자연 유산이 30개가 넘을 정도의 관광 대국이고, 한국보다 올림픽을 20년 앞서 주최하고, 월드컵을 두 번이나 유치할 정도로 중남미의 리더국이다. 그런데도 사회 전반에 만연한 부정부패와 마약 조직 간의 살벌한 보복 등으로 국가와 국민 전체의 이미지가 깎이기도 했지만, 정권이 바뀌어도 대폭적인 외자 유치와 관대한 이민 정책이 큰 변함 없이 추진되면서 점차 좋은 이미지로 개선되기 시작하였다.

33개국 중에 이 네 나라가 유독 주목받고 한국의 교역 파트너로서 부상한 이유는 무엇일까? 다름 아니라, 이 4인방은 관세 장벽을 최소화하는 자유시장 경제 원칙을 중시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한 고속 성장으로 다국적 기업의 투자 확대라는 경제적 선순환 구조를 이룩했기 때문이다. 폐쇄보다는 개방이, 독점보다는 공유가, 배타보다는 관용이 길게 보면 구성원 전체를 아우르고 기분 좋게 해주는 원동력이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이 네 나라가 보여주고 있다.

한국도 거듭되는 북한 협박과 무력시위에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공천 싸움, 높은 청년 실업률 등으로 조용할 날이 없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우리는 싼값에라도 팔 자원도 석유도 없는 나라이고 그저 교육열과 무역에 의존해야 하는 나라이다. 지금의 작은 혼란상도 방치하면 커진다. 중남미의 4인방이 보여주듯 정치권을 비롯해 모든 분야에서 다 같이 열린 마음, 베푸는 마음, 안아주는 마음으로 우리도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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