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적장에도 이러진 않는데…유승민 스스로 나가라니

한때 동지였던 중진의원에 온갖 모욕

"적장(敵將)의 목을 칠 때도 명예롭게 죽인다."

유승민 의원의 공천 배제 여부를 두고 새누리당의 꼼수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와 공천관리위원회가 유 의원 공천 문제를 두고 핑퐁게임을 하듯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더니 후보등록일(24~25일)이 임박한 지금에 와서는 "스스로 나가라"며 유 의원과 시간싸움을 하고 있다. 이는 무소속 출마를 위한 탈당 'D데이'인 23일까지 유 의원 공천에 대한 결정을 미뤄 제 발로 당을 나가게 하려는 '꼼수'로 비쳐지고 있다. 새누리당의 이 같은 행태는 당이 떠안을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탈당 후 무소속 출마 후폭풍도 최소화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함께 울고 웃었던 동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못한 정치 행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피비린내나는 전장에서도 적장의 목을 칠 때엔 적장이 원하는 대로 명예롭게 처리하는 것이 불문율이다.

하지만 절차적 민주주의 선진국을 표방하는 대한민국에서 집권 여당이 한때 동지였던 중진의원에게 온갖 모욕을 주고 쫓아내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 지배적 여론이다. 칼자루를 쥔 새누리당이 과감하게 공천 배제를 하든지, 아니면 넉넉하게 품을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공천 칼자루를 쥔 새누리당이 여론을 아예 내팽개친 채 유 의원 고사작전을 진행하고 있다" 며 "유 의원을 낙천할거라면 당당하게 사유를 밝히고, 유권자들에게 심판을 받는 것이 집권 여당의 제대로 된 모습이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 거취 문제를 주도하고 있는 이한구 공관위원장의 언행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대구경북 중진의원 물갈이에 앞장섰고, 유 의원과 친분 있는 현역의원 컷오프에 한 치의 주저함도 없던 이 위원장이 정작 중요한 유 의원 처리 앞에는 움츠러들었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유 의원 문제와 관련, "논의할 것이 더 있다"→"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최고위에서 논의해 달라"→"스스로 물러나라"며 입장을 표변하고 있다. 또 다른 정치권 인사는 "새누리당이 유 의원 공천 문제에 접근하는 국면을 보면 막장 드라마로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명분도 잃고 이제는 실리마저 잃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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