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쿠바와 북한

쿠바와 북한은 닮은 듯 다르다. 우선 반세기 이상 집요하게 사회주의를 고집하고 있다는 점에서 닮았다. 북한은 1948년 김일성 집권 후 부자 3대가, 쿠바는 1959년 피엘 카스트로가 공산 혁명에 성공한 후 형제가 각각 세습 체제로 권력을 이어오고 있다는 점도 닮았다.

둘은 서로를 형제의 나라로 칭한다. 쿠바 역시 북한만큼이나 폐쇄적이다. 쿠바는 사회주의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가 외교 관계를 맺지 않은 사실상 유일한 국가다.

반미를 내세우는 점도 그렇다. 북한은 1950년 미국과의 전쟁 경험 이후 미국을 '철천지원수'로 여기고, 쿠바는 1962년 자국 내 미사일 기지 건설을 두고 미국과 핵전쟁 일보 직전까지 가는 사태를 겪었다. 둘은 아직도 미국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고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 속한다.

반면 형 피델이 6남 2녀를 두었음에도 형제 세습을 택한 것은 부자 세습을 택한 김일성, 김정일과 다른 점이다. 피델은 2008년 동생 라울 카스트로에게 권력을 넘기면서 "권력은 형제로 끝이다. 더 이상의 세습은 없다"고 선언했다. 라울의 권력은 2018년 가족이 아닌 사람에게 넘어갈 예정이다.

김정은이 세습 후 더욱 핵에 집착하고 있다면 피델은 쿠바 사태 때 핵전쟁의 위험을 경험한 후 반핵주의자가 됐다는 점도 다르다. 2013년 북한의 핵전쟁 위협이 불거졌을 때 피델은 '미친 짓'이라고 표현했다.

최근 두 권력이 사뭇 다른 행보다. 라울은 실용주의 길을 택했다. 권력 승계 당시 공산주의 노선의 계승을 선언했지만 지금은 공산주의의 흔적을 지우려 든다. 시장경제를 도입하고, 과감한 개혁정책을 펴고 있다. 시작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었다. 라울은 교황청과 교류를 금기시했던 형과 달리 프란치스코 교황을 내세워 관계를 개선하는 교두보로 삼았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쿠바 방문은 그 성과다. 쿠바 국민이 미국과의 화해를 반기는 것은 경제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54년간 쿠바를 옥좼던 경제 제재를 풀기 시작했다. 쿠바는 이미 시작된 관광 특수에 즐거운 비명이다. 라울은 국민의 뜻을 읽었다.

오바마가 쿠바를 찾아 라울과 환담할 때 김정은은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쏘아 무력시위를 벌였다. '불바다' 운운하는 것도 빠지지 않았다.

라울이 실용주의자라면 김정은은 몽상가이자 위험인물이다. 라울이 국민의 뜻을 읽었다면 김정은은 주민의 뜻을 왜곡하고 있다. 이제 북한과 쿠바는 다른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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