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문제투성이 패션산업연구원에 보조금 줄 이유 있나

입찰과 직원 채용을 둘러싼 여러 의혹과 비리로 진통을 겪은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이 또다시 잡음을 내고 있다. 일방적인 사업 추진에 반발한 지역 패션'봉제업계가 지난해 원장 퇴진 서명운동에다 대구패션페어 참가를 거부한 데 이어 최근 직원 폭행 혐의에 대한 김충환 원장의 검찰 수사까지 겹치는 등 분란의 연속이다. 정부'지자체의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연구기관에서 이런 마찰음이 반복된다는 점에서 인적 쇄신과 조직 개편이 시급하다는 여론이다.

패션의류와 봉제기술 분야 전문생산기술연구소인 패션산업연구원은 정부'지자체가 운영비를 보조하고 기업 연구과제 수행 등 민간사업비로 꾸려가는 연구기관이다. 2010년 한국패션센터와 한국봉제기술연구소를 통합한 이후 보조금이 크게 줄기는 했지만 매년 10억원이 넘는 혈세가 들어간다. 하지만 계속된 인사 잡음 등 조직 혼란과 업계와의 불협화음이 보여주듯 패션연의 역할과 경쟁력은 갈수록 추락했다.

특히 패션연의 경영 성과는 매년 뒷걸음질이다. 2012년 12억원 규모이던 민간사업 수입이 지난해 2억원으로 대폭 주는 등 크게 쪼그라든 상태다. 수행 과제와 신규 과제도 몇 년 새 반 토막이 났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전국 전문연구기관 8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영 평가에서 패션연은 3년 내리 하위권을 맴돌았다. 게다가 김 원장의 불통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면서 관련 업계도 완전히 등을 돌린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 능력을 과대 평가한 이사회가 매년 원장의 보수를 올리고 폭행 물의까지 일으켰음에도 사표 수리를 미루는 등 어이없는 조치가 이어졌다. 의욕만 앞선 원장의 일방적인 기관 운영도 문제지만 이사회의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온정주의가 계속된다면 이는 패션연의 존립 가치마저 의심하게 만드는 잘못된 일이다.

연구개발을 통한 기업 지원이 목적인 전문연구기관이 제 역할을 못 하고 계속 문제만 일으킬 경우 마땅히 책임을 묻고 조직을 말끔히 쇄신하는 게 순리다. 대구시는 철저한 경영 평가 등 정밀 진단을 실시하고 인적 물갈이와 구조 개편을 단행해야 한다. 거액의 혈세가 들어가는 연구기관을 마냥 두고 볼 시민은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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