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기업은 이류, 관료는 삼류, 정치는 사류"라고 말했다. 당시 그는 매우 큰 곤욕을 치렀지만 그 발언은 오랜 시간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요즘 정치 뉴스가 넘쳐난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했지만 좋은 향기는커녕 악취만 풀풀 난다. '사류스러운' 일들이 하도 많이 일어나다 보니 정치 뉴스 보는 일이 썩 유쾌하지는 않다. 오히려 최악의 공천 파동이라는 비판과 함께 여·야 할 것 없이 교대로 악재와 추문을 쏟아내는 통에 정치 뉴스에 대한 피로감마저 생겨나고 있다.
정치에 대한 대중들의 혐오도 높아지고 있다. 아무리 봐도 찍을 사람이 눈에 안 띈다며 투표하지 않겠다는 이들이 많다. 이대로 가다간 사상 최저의 총선 투표율이 기록될는지도 모르겠다. 투표하지 않는 것 역시 주권자의 선택이긴 하지만, 장래를 생각한다면 투표 포기는 매우 위험한 선택이다. 정치야말로 사회를 움직이고 국민 삶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인 까닭이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다 보니 싫은 후보에게 반대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투표 제도가 아쉬울 정도이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이와 유사한 취지를 담은 '오스트라키스모스'(Ostrakismos·도편 추방제)를 운용했다. 독재자가 될 우려가 있거나 국가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정치인의 이름을 도자기 깨진 조각에 적어내 총 6천 표가 넘는 이가 나오면 국외로 10년간 추방하는 제도였다.
도편 추방제는 나중에 정쟁의 도구로 변질되는 바람에 폐지됐지만, 이 제도와 유사한 투표 방식을 지금의 선거제도에 도입하면 어떨까. 이를테면 당선되지 말았으면 하는 후보에 대한 반대 표시란을 투표용지에 만드는 것이다. 후보들이 얻은 지지표에다 반대표를 뺀 실질 득표수로 당선자를 결정하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투표 방식이 현대 민주주의국가에 도입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최선보다는 차선을 택하는 것이 정치적 묘미인 만큼 결국, 최악의 정치인을 걸러내는 일은 오롯이 유권자들 몫이다. 정치적 무관심 속에서 민주주의의 꽃은 필 수 없다. 부패한 정치인보다 투표를 포기한 유권자가 더 나쁠 수도 있다. 이미 2천500년 전 플라톤은 정치적 무관심의 위험성을 꿰뚫어보았다.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에게 지배당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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