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의원이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다고 한다. 형식은 '본인의 의사'에 의한 것이지만 내용은 친박계가 기획하고 공천관리위원회가 실행한 '축출'이다. 유 의원의 선택이 올바른 것인지, 새누리당의 처사가 정당한 것인지는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 이제 유 의원과 새누리당은 그 판단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하지만 '유승민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은 동질성을 지향해야 하는가, 아니면 기본 노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다양성도 수용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승민 문제에 대한 새누리당의 처리 방식을 보면 새누리당은 분명히 전자를 지향한다. 이런 동질성은 효율적일 수 있지만 '붕당'(朋黨)으로 가는 길을 열 수도 있다. 유 의원의 정치철학이나 경제'사회문제에 대한 가치관은 '혁신적'이라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보수'이다. 그런 점에서 새누리당이 유 의원을 꼭 찍어냈어야 하느냐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찍어내는 방식이다. 유 의원의 컷오프(공천 배제)는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공관위는 발표를 계속 미뤘다. 자진 탈당하라는 압박이었다. 그래도 말을 듣지 않자 대놓고 나가라고 했다. 유 의원을 공천에서 탈락시킬 경우 그 후폭풍에 대한 책임을 지기 싫다는 얘기였다.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탈당 압박을 "유 의원을 최대한 예우하는 것이고 애정의 표시"(홍문종 의원)로 포장하기도 했다.
국회의원 한 사람을 찍어내기 위해 이렇게 집요하게 '작업'을 한 것은 여야를 통틀어 전례를 찾기 어렵다. 그 배경에는 친박계의 사감(私感)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런 점에서 유 의원 공천 파동은 한국 정치사에 매우 나쁜 선례를 남겼다. 역설적이지만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사감에 의한 '찍어내기'는 없어야 함을 일깨웠다는 점에서 그렇다.
특정인을 공천하고 말고는 그 정당이 결정할 몫이다. 문제는 그 결정이 형식이나 내용 모두에서 공당(公黨)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유 의원의 '자발적' 형식을 띤 내용상의 '비자발적' 탈당은 새누리당이 과연 공당이 맞느냐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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