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끝까지 의지 굳힌 유승민…불출마 땐 정치적 미래 불확실

'친유 사단' 회생 채무 떠안아…박 대통령과 끝내 결별 부담 커

지난 16일 자택을 나선 뒤 칩거를 계속하고 있는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대구 동을)이 탈당 후 무소속 출마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누나의 집을 나서는 유 의원 모습이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지난 16일 자택을 나선 뒤 칩거를 계속하고 있는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대구 동을)이 탈당 후 무소속 출마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누나의 집을 나서는 유 의원 모습이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몸담았던 여당의 품을 떠나 홀로서기에 들어간다. 유 의원은 23일 오후 탈당에 이어 무소속 출마선언을 할 예정이다.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와 공천관리위원회는 유 의원의 공천문제에 대해 '폭탄 돌리기'식으로 총선후보 등록일 하루 전까지 '무결정의 결정' 상태를 유지하면서 유 의원이 제 발로 당을 뛰쳐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았기 때문이다. 외통수에 몰린 유 의원은 무소속 출마 외에 선택의 여지가 완전히 차단된 것이다.

◆무소속 출마 결단의 배경

유 의원의 출마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후보로 낙점받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불출마는 결코 없다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던졌다. 또 자신의 공천을 둘러싼 새누리당의 '꼼수'에 자존심이 적잖게 상하면서 출마에 대한 의지도 더 확고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측근들은 무소속 출마에 대비한 준비에 들어간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유 의원은 정치적으로도 이번 총선에 불출마하면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이는 총선 후 친박계가 당을 접수하면 정치적으로 재기할 기회가 더 줄어들고, 시간이 흐를수록 잊힌 인물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국회의원 배지를 달지 못하면 정치적 미래도 장담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 정치"라며 "여론조사상 현재 새누리당 대권 후보로도 거론되지만 이것도 의원 배지가 없으면 물거품처럼 사라진다는 것을 유 의원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 의원이 출마를 강행할 수밖에 없는 것은 자신과 친했던 동료 의원들이 대거 희생되면서 많은 채무를 안게 된 것도 한 요인이다. 희생된 의원들이 "유 의원은 국회에 들어가서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상황에서 자신마저 불출마할 경우 이른바 '친유사단'이 전멸되기 때문에 살아서 후일을 도모해야 할 책임감도 있다.

특히 "정치인은 할 말은 하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는 평소 유 의원의 소신도 탈당과 무소속 출마의 배경이다.

◆박 대통령과의 결별

유 의원의 무소속 출마는 박근혜 대통령과 완전한 정치적 결별을 의미한다. 2005년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은 자신의 비서실장이자 초선 비례대표이던 유 의원을 대구 동을 재보궐 선거에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의 대항마로 차출했다. 이때부터 원조 친박으로 활동했던 유 의원은 12년 만에 박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라서게 되는 셈이다.

이는 유 의원의 정치적 홀로서기가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친박 유승민'으로 존재했다면 이제부터는 '유승민' 이름 석 자로 정치인생을 가야 한다는 의미다. 대중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본인 이름의 정치를 꿈꾸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하지만 큰 꿈을 꾸는 정치인이라면 홀로서기를 위한 시도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유 의원의 정치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며 "당선 여부에 따라 큰 정치인으로 성장하느냐, 기대주에서 그치느냐가 판가름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관심은 유 의원의 당선 여부다. 박 대통령과 결별한 유 의원이 무소속으로 당선되면 대구경북의 정치리더로, 또 대권주자 반열에 오르겠지만 패배하면 당분간 정치적 암흑기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현재로선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경선 기간 각종 여론조사에서 상대 후보를 비교적 큰 격차로 앞선 데다 공천 파동을 겪으면서 인지도가 급상승했고, 동정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의 정서상 박 대통령과 등을 돌린 데 대한 유권자들의 반발심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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