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이적 행위나 다름없는 국방부의 방탄복 비리

국방부가 철갑탄을 막을 수 있는 방탄복을 개발하고서도 일반 방탄복을 구입해 장병들에게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어김없이 국방부와 방위산업체의 검은 커넥션이 또 작동한 결과다. 고질화된 검은 커넥션의 결과 우리 장병들은 첨단 방탄복을 두고도 철갑탄에 무방비인 방탄복을 입고 국토방위의 최전선에 서 있는 것이다.

커넥션을 밝혀낸 것은 이번에도 감사원이었다. 군에 지급한 이른바 '다목적 방탄복' 실험을 통해 철갑탄이 그대로 관통하는 사실을 밝혀냈다. 철갑탄 방탄 효과가 전혀 없었던 셈이다. 국방부가 장비 공급 전 했어야 할 일을 감사원이 했고, 그 이유를 캤더니 국방부와 방산업체의 유착 비리가 복마전처럼 엉켜 있었다.

국방부가 28억원을 들여 국방과학연구소 주관으로 첨단 나노 기술을 이용한 액체 방탄복을 개발한 것은 지난 2010년이었다. 북한군이 2006년 철갑탄을 일선 부대에 보급하자 이에 맞서 우리 장병들을 지키기 위한 방탄복 개발에 나선 결과물이다. 그러나 2014~2015년 장병들에게 지급된 것은 엉뚱하게도 철갑탄 방탄복이 아닌 일반 방탄복이었다. 국방부가 '철갑탄 방호용 방탄복 조달 계획'을 철회하고 '다목적 방탄복'으로 바꾼 것이다.

과정을 살피면 국방부가 '다목적 방탄복' 생산 업체의 납품을 돕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국방부는 이 업체에 30만8천여 벌의 독점 공급권(2천700억원 규모)을 줬다. 실제로 2014~2015년 이 업체로부터 3만5천200여 벌(260여억원 규모)을 납품 받은 후 일선 부대와 해외 파병 부대에 지급했다. 그것도 수의계약을 통해서였다.

북한은 최근 신형 방사포를 실전 배치하는 등 대남 전쟁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런데도 국방을 책임진 국방부가 병사들의 안위보다, 자신들의 이권을 우선시했다는 사실에 경악한다.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얽혀 병사들에게 적 총탄에 구멍이 숭숭 뚫리는 방탄복과 방탄모를 씌우고 툭하면 오작동하는 소총을 들려 줬다면 이적 행위나 다름없다. 검찰의 철저한 수사와 함께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최고위층까지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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