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대구 중구 반월당역 1번 출구 앞 버스 정류장. 서준호 대구장애인인권연대 대표는 휠체어를 탄 채 저상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 도착 알림 모니터는 휠체어 모양의 그림을 표시하며 805번 버스가 저상 버스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서 대표는 모니터를 보지 않고도 멀리서 오는 버스를 살피더니 단숨에 저상버스를 찾아냈다. 그는 "저상버스는 연료 탱크가 일반 버스보다 높은 지붕에 있어 쉽게 눈에 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서 대표의 친절한 설명이 무색하게도, 저상버스는 버스 정류장 인도에서 2~3m 떨어진 곳에 정차해 승객을 승하차시킨 후 곧바로 떠났다. 저상버스 탑승 시범을 보이려던 서 대표는 "이곳 정류장은 자전거 전용 도로가 있어 버스 기사들이 인도에 인접해 정차하지 않고 멀찍이 떨어져 승객을 태운다"면서 "일단 진입한 저상버스가 뒤늦게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발견하더라도 사실상 후진이 불가능해 탑승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구시가 2018년까지 시내버스의 절반을 저상버스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정작 현실에선 저상버스를 이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시내버스 1천521대 중 저상버스는 320대로 21%를 차지했다. 대구시는 국비를 지원받아 지난해 89대를 새로 도입했으며 올해도 110대를 추가로 구입할 계획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국비 지원이 순조롭게 이루어진다면 2018년에는 시내버스의 절반을 저상버스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반면 정작 노인이나 장애인 등 교통 약자들이 저상버스를 이용하기는 쉽지 않다. 승강장에서 저상버스까지 접근이 쉽지 않은 탓이다.
명덕네거리의 한 버스 정류장은 버스가 정류장 인도로 접근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으나 쓰레기통과 벤치, 가로등과 가로수 등 각종 구조물이 설치돼 있어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접근할 공간이 협소했다. 서 대표는 "지난해 대구 시내 200여 곳의 버스 정류장 실태 조사를 한 결과 상당수가 구조물 때문에 인도에 붙어 저상버스를 기다리기 힘든 상황이었다"면서 "버스 정류장에 있는 승객 대기 공간으로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는 곳도 많았다"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올해 저상버스 도입 예산은 서울을 제외하면 대구가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을 정도로 신경을 쓰고 있다"면서도 "저상버스를 편하게 탈 수 있도록 하는 시설 개선에 미흡한 점이 있어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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