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으로서의 이방원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또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내면을 표현했다고 생각해서 그 인물을 미화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다만 이성계의 아들이라는 운명을 타고 났고, 수많은 선택 앞에 놓였던 이방원의 모습이 참 서글프다는 생각은 했어요."
SBS TV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를 막 마친 유아인은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디뮤지엄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달에 이면이 있듯 이방원에게도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모습이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방원이 어떤 갈등을 겪었고 왜 그런 선택을 해야 했는지를 보여줄 수 있었기에 결과적으로 만족스럽다"는 소회를 밝혔다.
그는 "사실 지금의 저보다도 어린 나이에 직접은 아니지만, 정몽주를 죽여야 했는데 악인이어서 그랬다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며 "그의 내면의 연약함과 혼란스러움을 그대로 노출함으로써 이방원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이미 시청자들이 이방원에 대한 명확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이방원의 내면이 변화하는 과정을 그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역사에 민감한 시청자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해석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실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50부작이라는 긴 호흡 덕에 스스로의 변화와 성장을 느끼고, 인물의 변화에 따라 연기에 변화를 줄 수 있었고 시청자의 반응을 연기에 녹여낼 수 있어 행복했다는 소감도 이어졌다.
지난해 영화 '사도' '베테랑' '좋아해줘'에 '육룡이 나르샤'까지 전방위 활약을 했던 유아인은 "'사도'와 '베테랑'은 재작년에 찍었는데 작년에 개봉하면서 동시에 많은 작품에서 인사하게 됐다"며 "좋은 말들을 많이 해주셔서 비행기를 타고 저 멀리 날아갔었는데 지금은 좀 진정됐다"고 말하며 웃었다.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가'가 작품의 선택 기준이라고 밝힌 그는 "시청률 20% 넘는 로맨틱코미디 하나 없이도 많은 사랑을 받는, 그런 순간이 선물처럼 왔다"며 "늘 주변에서는 아쉬운 선택이라고 하지만, 이게 본질이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면서 살아가는 사람인 저에게 '틀리지 않았다'고 알려주는 한해였다"고 뿌듯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권력자와 배우의 모습은 비슷한 데가 있다. 저도 유일무이한 배우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그 끝은 외로움일 테다. 남들과 완벽히 분리된다는 부분이 그렇다"며 "그래서 '나는 하루하루 설레고 하루하루 두렵고 또 하루하루 외롭다'는 '육룡이 나르샤'의 마지막 대사는 저의 마음을 그대로 표현한, 선물같은 대사였다"고 말했다.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밝히는 것으로 알려진 유아인은 "이방원은 대의를 가지고 있었지만 어느순간 신념이 기반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대의가 돼버리는 아이러니에 빠졌다"며 "결국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권력을 움켜쥐려고 하는 생각은 현실의 정치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정치적인 소신을 물은데 대해서는 장고했다.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선악구도에서 벗어나 정치를 바라보고, 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만들어가는 사람을 뽑는 데 참여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첫 번째 일이죠."
'성균관 스캔들'에서 호흡을 맞췄던 송중기, 같은 소속사인 송혜교가 출연하는 '태양의 후예'와 관련된 질문을 받은 그는 "얼마전 영화제에서도 질문 중 80%가 '태양의 후예' 질문이라서 서운했다"고 너스레를 떤 뒤 "함께 했던 동료의 성취를 보면서 기분이 좋고 부럽기도 하다"며 껄껄 웃었다.
그는 이번 작품을 마지막으로 휴식을 취하다가 군에 입대할 예정이다. 정확한 입대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올해 안에 입대한다. 화려함이 절정에 달한 이때 군 입대는 아쉽지 않을까.
"초라할 때 가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해요.(웃음) 어린 나이에 일을 시작해서 뭔가 이뤄놓고 가고 싶었기에 계속 미뤄왔어요. 그게 자랑스럽지는 않아요. 그렇다고 불법을 저지른 건 아니고요. 합리적인 처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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