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형치과 前대표 차 트렁크 5만원권 900장과 수표가

지난해 어느 여름밤. A(30)씨는 서울 강남 한 마사지 가게에서 나와 초조한 걸음으로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30분 남짓.

주차장에서 찾고 있던 고급 승용차를 발견한 A씨는 차 뒤편으로 살며시 다가갔다. 이어 주위를 살피고 트렁크를 조심히 열었다. 그 순간 A씨는 '헉'하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돈다발이 셀 수 없이 수북했다. 김 대표의 '트렁크 비밀'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었다.

고급 승용차 주인인 김 대표는 한때 대형 치과 체인을 이끈 유명 사업가였다. 저렴한 임플란트로 시장을 뒤흔들며 부와 명성을 쌓았다. 그러나 성공의 시간은 짧았다. 거액의 세금을 회피한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구속됐다가 출소한 그는 이후 정상적으로 은행거래를 하지 못하는 상태까지 이르렀다.

그러던 지난해, 김 대표를 평소 알고 지내던 A씨는 김 대표에 대한 새로운 비밀을 듣게 됐다. 김 대표가 실은 차에 거액의 현금을 숨기고 다닌다는 얘기였다. 흑심이 생긴 A씨는 이를 훔칠 계획을 세웠다. 김 대표가 마사지를 받으며 움직이지 못하는 동안 차를 털기로 마음먹었다.

작년 6월17일 저녁 강남 한 마사지 가게로 김 대표를 유인한 A씨는 함께 옷을 갈아입고 안마를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A씨는 김 대표보다 30분 일찍 마사지를 마쳤다. 그리고 김 대표가 따라올세라 주차장으로 잽싸게 내려가 트렁크를 열었다.

트렁크에선 5만원권 지폐 900장과 100만원짜리 수표 20장이 나왔다. 그뿐 아니라 한 기업의 비상장 주식 11만주도 있었다. 시가 2억2천만원 어치였다. A씨는 돈을 들고 줄행랑쳤다. 그러나 두 달 후 다른 사람의 카드로 술값을 계산하다 적발됐고,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엄철 판사는 절도 혐의 등으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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