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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열려라! 대구 출판 시대

동네 서점에 갔다. 보통 학기 초 아이의 문제집, 부교재와 문구류 등을 살 때에만 동네 서점을 들르게 된다. 언제부터인가 책은 인터넷 서점이나 시내 'ㄱ문고'나 'ㅇ문고'에서 사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생겼다. 아날로그 시대를 통과해 디지털 시대로 넘어온 나에게는, 문고판 고전을 낱권으로 살 수 있고 서점 주인 아저씨의 지적이면서도 따뜻한 미소를 볼 수 있었던 동네 서점에 대한 향수가 아직도 남아 있다.

아이가 물건을 고르는 동안 서점을 둘러보았다. 문구류, 수많은 잡지류, 초'중'고 참고서와 부교재가 매장에서 파는 물건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었고, 자기계발서와 베스트셀러가 조금 전시되어 있었다. 그중 눈을 번쩍 뜨게 하는 참신한 기획의 책 몇 권을 발견했다. 바로 대구 한 출판사에서 발간한 책들이라는 점에서, 동네 서점에서도 활발한 영업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가웠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4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신간 발행 종수는 4만7천589종이고, 분야별로는 문학, 사회과학, 아동도서가 차례로 점유율 1, 2,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신간 발행 부수 점유율을 보면 아동도서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전국 출판사 수는 4만6천982개다. 그리고 대구시 등록 출판사 및 인쇄사 수는 2천514개다. 서울과 경기도를 제외한 6대 광역시 중 가장 많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영국의 '헤이 온 와이' 마을, 경기도 파주의 출판산업단지, 헤이리 예술마을을 가보고 싶은 곳으로 꼽는다. 대구의 출판'인쇄 사업이 활기를 잃어가고 있는 것과 달리, 파주는 도시 전체가 마치 박물관 같은 문화도시를 지향하며 연간 방문객 600만 명을 불러들이고 있다. 앞으로 파주에는 600여 개 출판사, 인쇄 업체, 문화시설이 더 들어설 예정이고, 그렇게 되면 파주는 모두 합쳐 약 2만 명의 출판 전문인력이 근무하는 도시가 된다고 한다. 또 국립한국문학관 유치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대구도 달서구 장기동에 출판산업단지를 마련해 놓았고, 오는 6월 출판산업지원센터 준공도 예정돼 있다. 이곳은 지하 1층~지상 6층(연면적 8천425㎡) 공간에 전자출판 제작공간, 지식정보지원실, 출판콘텐츠업체 입주 공간 등을 마련한다. 또 출판사와 인쇄업체를 대상으로 교육과 업무 지원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여기에 대구가 지닌 출판 및 인쇄 분야의 오랜 경험과 노하우가 더해져 이곳이 인재 양성에도 좋은 성과를 내길 바란다. 더불어 수많은 문학인과 저술가들이 쌓아 놓은 내공을 바탕으로 국립한국문학관 유치에도 힘을 모은다면, 대구 출판 시대는 새롭게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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