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우리 경제 현주소에 대한 국민인식'을 조사하면서 "우리 경제의 활력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 뭐냐"고 묻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저출산과 고령화"라고 답했다. 새로 태어나는 아이가 없어 자꾸만 늙어가는 대한민국을 걱정한 것이다.
사실 중앙정부는 지난 10년간 온갖 저출산 대책을 내놨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아기 울음소리가 우렁차게 들리는 동네가 늘어나기는커녕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경상북도가 내놓은 저출산 대책이 주목받고 있다. 찾아가는 산부인과 등 지난 수년간 경북도는 다양한 저출산 대책을 추진해 효과를 봐왔지만, 올해부터는 더욱 공세적인 정책 추진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아기 첫 울음, 할매할배 웃음 터지는 저출산 대책'이라는 구호를 내건 경북도는 이른바 '1'2'3(결혼 후 1년 이내 임신하고, 2명 이상의 자녀를, 30살 이전에 출산하도록 장려하는 것) 프로젝트'를 통해 저출산을 이겨내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현재 1.4명의 합계출산율을 2020년까지 1.8명으로 늘린다는 것이다. '경북도의 실험'을 5회에 걸쳐 들여다보기로 했다.
◆저출산 얼마나 심각한가?
우리나라의 저출산 현상은 글자 그대로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이미 대한민국은 30년 이상 저출산현상(합계출산율 2.1 미만)이 지속돼왔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가임기 여성 1명당 평균출생아수)은 1960년 6.0명에서 1983년 인구대체수준(2.06명 이하)으로 감소한 후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5년간은 초저출산 현상(합계출산율 1.3 미만)이 계속됐다. 합계출산율은 2001년부터 1.3명 미만에서 등락 중이다. 경북의 경우도 2014년 기준으로 합계출산율이 1.41명으로 그해 전국 평균(1.21명)보다는 높지만 인구대체수준(2.1명)에는 턱없이 모자란 실정이다.
경북의 하루 평균 태어나는 아기는 2010년 65명이었지만 2014년엔 60명으로 떨어졌다.
결국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아기 울음소리가 귀한 나라가 됐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 1.21명(2014년 기준)은 세계 최저 수준. OECD 국가 평균 합계출산율은 40여 년에 걸쳐 3.65명(1960년)에서 1.63명(2002)까지 줄었지만 이후 반등해 1.7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선진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낮아도 너무 낮은 것이다.
◆노력하면 결과가 나온다
중앙정부가 지난 10년간 많은 저출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결과가 좋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경북도가 지난 수년간 해온 저출산 대책은 나름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찾아가는 산부인과'는 대히트를 쳤다. 경북도는 2009년부터 산부인과 병의원이 없는 의료 취약지 임신부들을 위해 차량이동 검진을 통한 산전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전문의'간호사'임상병리사'방사선사 등으로 팀을 꾸린 뒤 초음파진단기 등이 장착된 이동검진차량으로 산전 검진에 나섰다. 수박 겉핥는 검진이 아니라 30여 종 가까운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며 종합병원 수준의 진료 시스템을 선보였다.
찾아가는 산부인과 프로그램에는 지난해까지 1만3천594명의 임신부들이 진료 대상으로 참여했고 3천73명의 아기가 태어나도록 하는 밑거름이 됐다. 찾아가는 산부인과 프로그램이 시작 첫해 26명의 아기가 태어난 이래 2010년 497명으로 늘어났고, 2012년에는 523명으로 500명대 신생아 기록을 쏘아올렸다. 지난해에도 이 프로그램 수혜대상 임신부들이 502명의 아기를 낳았다.
많은 돈이 들어간 것도 아니었다. 경북도는 국비를 합쳐 7년 동안 36억원 정도를 투입, 큰 효과를 얻어냈다.
◆1'2'3프로젝트로 뚫는다
▷결혼부터 시켜야=경북도는 출산의 첫걸음은 결혼이라고 보고 결혼을 성사시키기 위한 전방위 노력부터 기울이고 있다. 일자리가 있어야 결혼하는 만큼 도내 기업들과 협의, 청년 일자리 1만1천 개를 만드는 한편 청년 창업 확대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경북도는 올해부터 결혼자금 지원사업도 시작한다. 30세 이전 결혼 부부가 결혼자금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으면 대출이자 일부를 지원해주는 것이다. 대출금은 3천만원 한도이며 상환기간은 5년. 이자지원은 연간 2% 한도 내다. 경북도는 약 4천 명이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르면 7월부터 대출이자 지원이 시작될 전망이다.
경북도는 또 대학생들이 결혼에 대한 적극적 생각을 갖도록 도내 18개 대학교에 결혼을 장려하는 교양과목을 개설하도록 도왔고 수시로 캠페인을 벌이는 중이다.
그뿐만 아니다. 1년에 2차례 100명의 미혼남녀를 모아 커플매칭 행사도 갖는다.
▷출산과정 지켜준다=올해 각종 출산지원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고 수혜대상도 늘린다.
우선 신생아 집중치료 지역센터를 만든다. 순천향대학교 부속 구미병원과 안동병원에 이 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양'한방 난임부부 시술 지원도 눈길을 끄는 사업. 44세(여성 연령 기준) 이하 난임부부(전국 가구 월평균 소득 150% 이하)가 지원 대상으로 체외수정 시술비를 최대 750만원까지, 인공수정 시술비는 최대 150만원까지 지원한다. 한약처방과 침 시술도 도와준다.
미숙아 및 선천성 이상아 의료비(월평균 소득 150% 이하)도 최대 500만원까지 지원한다. 찾아가는 산부인과는 올해도 계속된다.
▷육아도 현미경 지원=경북도는 출산장려금을 첫째아이까지 확대했다. 도내에 주소지를 두고 아이를 출산한 가정에 대해 첫째 아이는 일시금을 10만원, 둘째 아이부터는 매달 5만원씩 1년간 준다.
무상보육을 위해 7만 명에게 4천500억원을 지원하고 포항'경주'김천'안동'구미'영주'영천'칠곡'울진 등 9곳에서 장난감도서관을 운영한다. 육아종합지원센터도 포항'문경 등에 설치해 운영 중이다.
경북도 김종수 복지건강국장은 "어느 한 부분에만 집중해서는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힘들다"며 "아기 울음소리를 늘리기 위해 결혼부터 출산, 육아에 이르기까지 유기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한 만큼 그 연장선에서 1'2'3프로젝트를 만들었으며 이 대책을 인내심을 갖고 끈기있게 추진해 반드시 성과를 내보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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