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막장된 개혁 공천…혼돈의 대구 "누구 찍나"

김무성 의결 거부 3곳 무공천 땐 與 후보 없어져…시민 무시한 공천에 당 대표는 투표권까지

새누리당의 4'13 총선 대구지역 공천이 계파싸움으로 파행, 일부 선거구에서 여당이 후보조차 못 낼 처지가 됐다. 친박과 비박 간의 싸움으로 대구 유권자들은 이번 총선에서 여당 후보에 대한 투표권마저 제한될 상황이어서 정치적 자존심이 무너지게 됐다.

새누리당의 공천으로 현역의원들이 무더기로 컷오프(공천 배제)된 데 이어 24일 김무성 대표가 대구 3곳을 포함한 5곳의 공천안 의결을 거부, 이번 총선에서 정당 선택권마저 제한당하는 초유의 상황을 맞게 됐다. 이 때문에 여당 텃밭이라 불릴 정도로 변함없는 지지를 보낸 새누리당에 대구시민들이 뒤통수를 맞았다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상향식 공천을 무력화시키며 대구 현역의원을 줄줄이 컷오프시킨 데 이어 당 대표는 24일 후보 등록을 하루 앞두고 결정된 후보의 의결을 외면했다. 대구 동갑, 동을, 수성을, 달성군 지역 유권자들은 최악의 경우 새누리당 후보가 없는 투표용지를 손에 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애초 공천혁명을 강조하면서 상향식 공천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3곳(서구, 달서을, 달서병)만 순수 경선을 치르도록 결정했다. 나머지 후보는 '컷오프(경선 배제) 뒤 경선' 3곳(중'남구, 북갑, 달서갑), '단수추천' 4곳(동갑, 동을, 수성갑, 달성), '장애인 및 청년'여성우선추천' 2곳(북을, 수성을)으로 정했다. 이 과정에서 3선 이상 중진 3명이 모두 공천 배제되면서 한 곳(달서병)만 제외하곤 후보들이 당선돼도 모두 초'재선이다.

특히 대구의 미래로 상징되는 유승민 의원마저도 갖은 수모를 주면서 쫓아냈다.

공관위는 향후 중앙 무대에서 대구의 정치력 약화를 걱정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결과적으로 이한구 공관위원장이 대구의 정치력을 완전히 망가뜨렸다"며 "대구를 통해 중진의원으로 성장한 이 위원장이 고향을 짓밟은 격"이라고 했다.

김무성 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대구 유권자들의 정당 선택권마저 제한했다. 자신의 측근을 대부분 살린 김 대표는 공관위에서 결정한 대구 3곳의 의결을 거부했고, 법적 문제가 제기된 수성을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해당 지역은 새누리당 후보 없이 친여 무소속 후보와 야당 후보 간 대결이 벌어질 공산이 커졌고, 유권자들은 새누리당 후보를 찍고 싶어도 찍지 못하는 사태에 직면했다.

실제 지역 주민들은 김 대표의 대구 3곳 의결 거부 발표 이후 허탈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시민 의사를 무시한 공천에다 당 대표는 투표권 제한 행위까지 했다. 지금까지 새누리당을 지지한 대가가 고작 이 정도냐. 친박과 비박 싸움에 대구 유권자들만 희생양이 됐다"고 했다.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정당이 고유 권한인 공천권을 포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유권자 입장에서는 황당한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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