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미화 칼럼] 정치판 얼라들, 뽑지 말자

애국가도 안 부르는 대구시민 많아져

국가 없으면 내 정체성은 어디서 찾나

투표로 국회의원부터 제대로 찾길

지난 19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개장식 때 일이다. 애국가를 부르는데, 통로 건너 옆좌석에 앉은 젊은이들이 일어나는 기색이 없다. 안내방송을 못들은 양 그냥 죽치고 앉아 있다. 5층에 앉아 있던 터라 아래 좌석을 둘러보니 관중의 15~20% 정도는 일어서지 않았다. 애국가 1절이 다 끝날 때까지 움쩍도 않았다. 뒤이은 묵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때 애국가를 부르지 않는 현상은 진보좌파나 운동권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그게 어느새 지역 젊은이들에게도 전염됐다. 마치 애국가를 부르는 전통이 타파해야 할 권위주의의 산물인 것처럼 말이다.

전 세계 어느 나라든지 큰 행사에서는 국가를 부른다. 얼마 전 테러를 당한 파리 스타디움에서 축구를 구경하다가 대피하던 프랑스 시민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이즈를 부르며 폭력에 굴복하지 않으리라는 마음들을 모으지 않았는가.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서는 각급 학교 등지에서 행하던 국기 하강식도 없어졌다. 민주화 이후 군사문화에 대한 처절한 비판과 함께 사라진 국기 하강식은 이제 1천만 관객을 동원한 '국제시장' 같은 영화 속 장면으로만 접할 뿐이다. 또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로 시작되는 국민교육헌장도 어느 사이 사라졌다. 역시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만들어졌기에 군사문화의 잔재로 비판받으며 제거된 것이다.

그러나 선진강국들은 그렇지 않다. 오후 5시만 되면 국기 하강식을 갖는다. 며칠 전 들른 앞산 미군부대에서도 국기 하강식에 군인·민간인 모두 꼼짝하지 않고 예를 갖추었다. 나라가 있으니 나도 있는 것이다. 세계 최강국가가 그저 되는 것이 아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국가에 대한 정체성을 생각하지 않아도 될 만큼 튼튼하고 안정적인 기반 위에 서 있지 않다. 1인당 국민소득이 10년째 중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논외로 하더라도 세계 최강 불량국가를 머리에 이고 살면서도 제대로 된 안보의식도 없다.

지난 주말, 북한 장거리포병대가 박근혜 대통령의 공개사과가 없으면 청와대를 폭격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냈고, 그 며칠 전에는 북한이 300㎜ 신형 방사포 수십 발을 동해안으로 쏘았다. 유도장치가 달린 신형 방사포는 200㎞를 날아가서 표적물을 정확하게 때렸다. 북한이 마지막을 향해 발악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원래 전쟁은 사라예보의 총성처럼 우연한 도발로 터지는 법이다. 그런 비극은 막으면서 이 위기를 잘 넘겨 통일로 향해야 한다.

북한이 신형 방사포를 쏘면 수도권과 오산·평택기지는 물론 3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까지 꼼짝없이 사정권에 든다. 방사포를 쏘면 단 3분 만에 목표물에 떨어진다. 하지만,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패트리엇 미사일로는 요격이 어렵다. 이스라엘의 아이언돔이나 고성능 기관포 등이 있어야 하지만 없다. 우리에게 전혀 대응수단이 없는 이 신형 방사포가 북한에 2천 기나 된다는 게 불안하기 그지없는데 정치권은 무감각하다.

무엇하나 국회를 거치지 않고는 되는 법이 없는 입법만능시대에 정치권은 국방 안보에 별 관심이 없고, 시민은 애국가조차 부르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으니 나라 앞날이 걱정이다. 애국가도 부르지 않는 젊은이가 전선으로 달려갈 리 만무하다.

애국가를 부르지 않는 젊은이들을 바로 잡기 전에 20대 국회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공천잡음으로 인해 정치 피로도가 급상승할 때일수록 유권자들이 정신 차려 투표하러 가야 한다. 가서 누가 나라와 지역을 사랑하는 정치지도자인지, 누가 내 앞만 닦으려는 정치판 얼라들인지 분간해내야 정치 때문에 나라가 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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