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구 동을 무공천, 유권자 기만행위다

새누리당 친박계와 비박계의 '뒷거래'로 이재만(대구 동을), 유재길(서울 은평을), 유영하(서울 송파을) 등 세 사람이 총선에 출마조차 할 수 없게 된 것은 피선거권 박탈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피선거권은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출마 기회를 아예 봉쇄한 것은 대의 민주주의의 기반을 허무는 헌법 위반 행위로 볼 수 있다.

이재만 전 동구청장 등 3인은 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으로 공천을 받았지만 김무성 대표의 '옥새 투쟁'으로 지난 25일 최고위원회의가 이들의 공천안을 상정하지 않음으로써 무소속 출마 기회조차 박탈당했다. 후보 등록기간(24, 25일)에는 탈당이나 당적 변경이 불가능해 무소속으로도 출마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 3인은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출마 기회가 봉쇄당했다. 당사자로선 기가 막힐 노릇이다.

새누리당 최고위가 이런 결정을 한 배경에는 비겁한 꼼수가 있으며 대구 동을 무공천이 특히 그렇다는 소리가 나온다. 대구 동을은 '유승민 공천 파동'으로 전국적인 관심 지역이 됐다. 새누리당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유승민 대 박근혜' 또는 '유승민 대 새누리당'의 대결장이 된 것이다. 여기서 유승민 의원이 새누리당 후보를 이긴다면 새누리당은 물론 박 대통령도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감안해 새누리당은 엄청난 부담을 무릅쓰고 대구 동을에 공천하는 것보다 아예 그런 대결 자체를 피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란 얘기다. 박 대통령에 대한 대구의 지지는 여전히 견고하지만 유 의원이 얻은 '희생자' 이미지 때문에 선거 결과는 섣불리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 친박의 고민이란 소리다. 김 대표도 이를 노리고 무공천을 밀어붙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대구 동을 무공천은 위험 부담을 피하려는 새누리당의 꼼수와 친박에 의한 공천 파행 상징 지역이 된 대구 동을의 무공천을 관철함으로써 존재감을 회복하려는 김 대표의 계산이 서로 맞아떨어진 결과란 것이다. 사실이라면 이 전 청장에 대한 피선거권 박탈에 그치지 않는, 최대 지지 기반인 대구에 대한 용서할 수 없는 기만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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