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대구경북 '가마우지'

"집집마다 오귀(烏鬼)를 길러 끼니마다 황어(黃魚)를 먹는다."

경북 예천 출신의 조선 중기 문인 고상안(1553~1623)이 남긴 '효빈잡기'에는 '오귀'라 불리는 가마우지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중국 촉(蜀)나라 지방의 이런 고기잡이 방법을 중국 병사로부터 들었다면서 적었다. 이에 따르면 물고기를 잡을 때 가마우지 목에 고리를 끼우고 노끈으로 묶는다. 가마우지가 물속 고기를 잡지만 목에 걸린 고리 탓에 삼키지 못하고 노끈에 묶여 달아날 수도 없다. 물고기는 고스란히 주인 몫이다. 특히 황어는 느리고 둔하며 힘이 없어 오귀의 사냥에는 딱이었다. 집집마다 오귀를 기른 까닭이다. 손대지 않고 코푸는 꼴이다.

주인과 가마우지의 이런 사이를 한국과 일본에 빗댄 사례도 있다. 한국이 고도성장을 이어가던 시절, 1988년 일본 경제평론가 고무로 나오키가 펴낸 '한국의 붕괴'에서다. 그는 한국을 일본의 가마우지로 봤다. 거두절미하면 이렇다. 한국 수출이 늘수록 일본에서의 수입은 더 는다. 한국 수출품 속에는 일본에서 들여온 부품 등이 알맹이를 차지해 한국은 수출로 자기 배 속을 채우기보다 일본에 뱉어내야 한다. 뒤떨어진 기술력으로 일본의 자본재 부품 수입에 기댄 데 따른 결과다. 즉 가마우지가 잡은 고기를 배 속으로 삼키지 못하고 주인에게 내뱉는 것처럼. 아직 일정 부분 유효한 듯하다.

그런데 지금 대구경북 정치판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볼 수 있다. 대구경북 가마우지라고나 할까? 대구경북은 오랫동안 정치적으로 특정당 편애의 외길을 걸었다. 특정당 공천이라는 고리를 목에 걸면 표의 독식까지도 가능한 가마우지가 될 수 있었다. 자연스레 특정당 깃발 아래 머리 터지게 몰렸다. 그러나 대구경북 가마우지는 표를 준 주인 유권자가 아닌 특정당과 권력자, 그리고 그 주변인을 위한 새였다. 최근 30년 세월동안 대부분 선거가 그랬다. 우리가 높은 지지표를 던질수록 주인인 유권자는 더욱 가마우지의 '봉' 신세였다. 다른 곳과 달리 이탈 모험도 거의 없다. '다음'이라는 노끈에 묶인 탓이다. 일당 독식이 빚은 재난이자 주인인 유권자가 자초한 일이다.

이번 새누리당의 4·13 총선 공천과정을 지켜보면 대구경북 가마우지의 확실한 주인은 '옥새 참사'를 일으킨 김무성 당 대표와 최고위원, '공천 칼춤'을 춘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위원들이었다. 이제 대구경북의 유권자에게 남은 것은 4'13 총선에서 또다시 황어가 되는 길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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