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지는 좋지만…" 경산 공무원 강제 기부는 "글쎄"

복지사각 해소 '착한일터' 사업, 월 3천∼1만원 이체 독려, 자율 참여라더니 실적 보고 받아

경산시가 시청 공무원들의 나눔 프로그램인 '착한일터' 사업을 추진하면서 울며 겨자 먹기 가입을 하도록 해 일부 공무원들이 반발하는 등 '착한일터' 사업의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

경산시는 매월 일정금액을 기부, 지역의 소외계층에게 지원함으로써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하는 '착한일터' 사업에 전 직원이 참여하도록 사실상 '지시'했다는 것이 시청 공무원들의 주장이다. 경산시 직원들이 매월 3천원이나 5천원, 1만원을 자동이체하겠다는 가입 약정서를 복지정책과에 제출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상당수 공무원들은 "착한일터 가입이 자율 참여라고 해놓고 실제로는 각 부서별 실적을 보고하게 만들고 가입을 하지 않은 공무원들에게는 방문이나 전화를 통해 참여를 독려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가입을 할 수밖에 없다"며 발끈하고 있다.

경산시 한 공무원은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담당부서는 '착한일터 가입 약정서에 가입을 했다가 몇 개월 후 가입을 철회하면 안 되겠느냐'고 말하는 등 실적을 올리기 위해 볼썽사나운 모습까지 만들어내고 있다"며 "아무리 만만한 게 공무원이라지만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이 사업의 취지를 엉망으로 만드는 것 아니냐"고 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2012년에도 경산에 사는 어려운 이웃을 발굴해 돕는다면서 월 3천원 이상을 넣는 계좌를 만들어 이체를 하게 만드는 '경산사랑나눔'에 참여하라고 하더니, 이번에는 또 '착한일터' 사업을 만들어냈다"면서 "아무리 좋은 취지라고 해도 자율 참여를 하도록 해야지 공무원들을 '봉'으로 생각하는 것은 30년 전 사고"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이에 대해 경산시 관계자는 "기부문화 활성화와 확산을 위해 공무원들의 자발적인 소액기부로 '착한일터'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추진하고 있다"며 "자율 참여이며 절대 강제성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달 초부터 받기 시작한 착한일터 사업에는 26일 기준으로 경산시청 공무원 1천60여 명 중 800여 명이 가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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