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다운로드 안 되는 연극 읽기

올해는 셰익스피어(1564∼1616) 서거 400주년이 되는 해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은 여전히 전 세계에서 공연되고 있고, 관객들의 열광도 지속되고 있다. 400년 전 셰익스피어가 그린 현실 풍경은 요즘과 닮았다.

연극은 시대를 무대에 투영한다. 창작 검열이 있었던 1970, 80년대에도 연극인들은 삶을 무대로 투영시키고, 시대가 망가뜨린 시계바늘을 다시 제대로 돌리기 위해 연극으로 강렬하게 저항했다. 부조리한 현실을 비판한 것이다. 대학생들은 마당극으로 시대를 읽으며 현실을 비판했다. 즉, 연극은 지식인들과 대중들이 함께 시대를 제대로 읽고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보기 위해 사랑한 예술 장르이자 하나의 문화였다.

요즘 드라마는 화려한 영상, 자극적인 소재, 스타 마케팅을 내세워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영화는 어떤가. 천문학적인 제작비로 압도한다. 한 예로 최근 개봉한 영화 '레버넌트'의 제작비는 1천580억원에 달했다. 그렇다면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영화와 드라마보다 제작비가 낮은 연극에 대해서 말이다. 연극 무대 위에는 화려한 스타도 화려한 영상기술도 없다. 그런데 연극은 지난 2천년 동안 이어져 오고 있다. 관객들은 이동하고 작품을 관람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는 데 시간이 많이 들더라도, 연극 한 편을 보기 위해 극장으로 간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소파에 누워 리모콘으로 TV 채널을 돌리며 편안히 드라마를 시청하는 즐거움도 좋다. 삼삼오오 영화관으로 가 팝콘을 입 속으로 털어 넣으며 영화를 감상하는 즐거움도 좋다. 그런데 연극은 조금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연극은 현장성이 특징이다. 배우들은 무대에서 시공간을 초월하는 삶을 산다. 배우들이 구현하는 언어와 그 속에 담긴 강렬한 메시지는 그날 공연 당시에 점화되고 곧 소멸된다. 드라마처럼 다시보기 서비스로 볼 수 없고, 영화처럼 다운로드도 불가능하다. 모든 것이 디지털 형식으로 변해도 연극은 여전히 아날로그 형식으로 남아 연극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감상의 가치를 관객에게 선사한다. 배우들의 대사, 움직임, 심지어는 숨소리 하나하나가 관객들의 내면 깊숙한 곳으로부터 어떤 감정을 이끌어낸다.

연극은 현실을 투영하는 비판과 풍자로 설계된다. 그 안에서 배우들은 다양한 인간 군상의 감정을 품고 시대를 향해 소리를 높인다. 이 모든 것이 재생은 물론 다운로드도 할 수 없다. 이처럼 연극이 지닌 현장성의 매력은 관객들로 하여금 무대를 생생하게 기억하게 만들고, 감동도 던져 준다. 이제는 연극을 읽어보자. 마치 책 한 권을 읽어 머리는 물론 가슴속에도 함께 저장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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