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구의 한 구청 공무원 A씨는 최근 요식업협회 회의에 참석했다가 우울한 단면을 엿봤다. 과거 같으면 회의가 끝나고 자연스레 식사와 술자리로 이어졌지만 요즘은 회의 도중 자리를 비우는 회원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그는 "식재료, 임대료 등이 오르자 인건비라도 아끼려고 직접 카운트를 보거나 서빙을 한다는 식당 주인들이 회의를 마치기도 전에 급히 자리를 뜨고 있다"고 했다.
#2. 대구 북구 칠성동에서 곰탕집을 운영하는 김모(54) 씨는 한 달 전 곰탕 한 그릇 가격을 7천원에서 8천원으로 올렸다. 올 들어 마늘'양파 등 식재료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고, 지난달부터 가게 임대료도 20%가량 올랐기 때문이다. 김 씨는 "비싼 임대료를 맞추고 오른 식자재값까지 충당하려면 곰탕값을 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손님들에게 부담이 되겠지만 어쩔 수 없다"고 한숨지었다.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연초 0%대로 떨어졌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1%대로 복귀한 데다 임대료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5년 새 대구지역 생활 물가 상승률이 전국 7개 대도시 중 서울에 이어 두번 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북지방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1~2015년 생활물가지수 추이'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의 생활물가지수는 109.09로, 2011년보다 4.2% 상승했다. 이는 7대 대도시에선 서울(4.4%) 다음으로 상승률이 높고, 전국 평균(3.0%)과도 큰 격차를 보였다. 채소, 과일을 비롯해 어패류 등 기상 조건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1개 품목을 묶은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9.7% 올라 2013년 1월(10.5%) 이후 37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나타냈다. 양파값은 지난해 2월보다 118.6%나 급등했고 파(83.8%), 배추(65.5%) 가격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오른 임대료도 자영업자들의 생활고를 가중시키고 있다. 대구의 건물 임대료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대형'복합 매장의 임대료는 더욱 오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대구지역 중대형'소규모'집합 매장용 건물의 자산가치 변동분을 나타내는 자본수익률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았다. 대구 오피스의 자본수익률도 0.46%로 경남(0.54%)에 이어 2위였다. 같은 기간 투자수익률도 대구는 소규모'집합 매장용 건물이 각각 1.59%, 1.94%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권오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이사는 "대구는 혁신도시 조성 등 개발 호재에 따른 부동산시장 활황이 지속돼 자산가치 상승세가 다른 도시에 비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상업용 건물의 자산가치가 증가하면 그만큼 임대료도 높아져 세입자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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