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 운전, 얌체 운전, 법규 무시 운전, 교통 흐름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마이웨이식 운전이 판을 친다. 일부 운전자의 안전 불감증으로 인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급기야 보복 운전'난폭 운전에 대해 경찰이 칼을 빼들었지만 추태는 여전하다.
얼마 전 황당한 경험을 했다. 진행 중인 차량을 무시하고 3차로에서 1차로로 휙 가로지르더니 굽은 교차로 내에서 느닷없이 앞으로 끼어드는 차량 때문에 아슬아슬하게 추돌 사고를 피했다. '깜빡이'는 아예 무시 모드. 마침 신호 대기 중 다가가서 따졌다. 그런데 스마트폰을 만지작대던 중년의 여성 운전자 대답이 가관이다. "원래 그렇게 하는 것 아닙니까?" 30년 경력자도 그 뻔뻔함에 기가 막혀 피식 웃고 말았다.
OECD국가 가운데 자동차 1만 대당 교통사고 발생률에서 한국은 늘 1위였다. 자랑스러운(?) 1위 메달을 마침내 넘겨줬다. 우리 교통문화가 갑작스레 높아지고 안전 의식으로 무장한 결과일까? 천만의 말씀. 도로 상황만큼은 우리와 별반 다를 바 없는 터키가 한국을 밀어낸 때문이다.
여론은 지금의 도로 상황을 '쉬운 운전면허 제도' 탓이라고 아우성이다. '물면허'가 도로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며 불만이다. 오죽하면 중국인들이 한국 면허증을 '콰이쑤즈자오'(快速執照)라고 부를까. 사흘 만에 뚝딱 외국인 면허증을 받은 뒤 중국 면허로 바꾸는 붐까지 일었다.
그런데 운전면허 취득의 난이도나 비용의 높고 낮음이 교통사고 발생률과 비례할까. 미숙한 운전이 사고 유발에 어느 정도 영향은 미치겠지만 이를 입증할 정확한 데이터는 없다. 영국의 경우 주행시험에서 15개 이상 지적 사항을 받거나 심각하고 위험한 실수를 하면 바로 불합격이다. 이런 엄격한 평가가 교통선진국의 비결일지도 모른다.
2011년 운전면허 제도 간소화 이후 5년 만에 장내기능코스 시험 일부 부활 등 9월부터 제도가 또 바뀐다. 그런데 면허 절차나 비용 등에만 골몰하는 사이 안전 의식에 대한 교육이나 올바른 교통문화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뒷전이다.
흔히 배려와 양보 운전이 최선이라고 말한다. 해답은 될 수 있지만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는 모든 운전자에게 돌부처가 되라는 소리다. 다른 차량은 아랑곳하지 않는 천둥벌거숭이가 내달리는 한 도로는 안전하지 않다. 제도가 잘못됐다면 뜯어고치면 된다. 그러나 일부 운전자의 기초질서 무시나 안전 불감증은 뭘로 바로잡나.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