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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고의 힘' 올해는?…후보 3명 나온 57회 동기들

"승민이 사무소 가니 시간 촉박 성걸·종섭이는 팀 나눠서 방문"

경북고 57회 동기인 정종섭(새누리당
경북고 57회 동기인 정종섭(새누리당'왼쪽), 류성걸(무소속) 후보가 출마한 대구 동갑 선거전이 뜨겁다. 두 후보가 자신의 기호를 손가락으로 표시하며 지지를 부탁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제17대 국회에서 경북고는 대구에서만 국회의원 8명을 배출했다. 이처럼 경북고는 대구경북 정치의 주류였다. 그러나 지역 정계에서 경북고의 위상은 갈수록 쇠락하고 있다.

올해 개교 100주년을 맞은 경북고는 국회의원을 대거 배출했지만 비평준화 마지막 세대인 58회가 예순을 바라보면서 사실상 이번 총선이 경북고 전성시대의 끝자락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20대 국회의원 선거는 '경북고의 TK 목장 마지막 결투'라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대구 동갑'을 지역구에는 경북고 57회 동기 3명이 동시에 출사표를 던졌다. 동을의 유승민 의원, 동갑에서 맞붙은 류성걸 의원과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모두 동기다. 특히 동갑 선거구는 동기 간에 진박(眞朴), 비박으로 갈려 대결 구도를 형성하자 57회 동문들이 난감해하고 있다.

동기 3명이 한꺼번에 총선에 뛰어든 바람에 동기들도 덩달아 분주해졌다. 지난 27일 재경 경북고 57회 동문 30여 명은 친구 격려 차 세 후보의 선거사무소를 찾았다. 가장 먼저 유승민 의원의 사무소를 찾은 이들은 차례로 류성걸, 정종섭 후보를 만나려 했으나 시간 조율에 애를 먹었고, 나머지 두 곳은 팀을 나눠 방문했다.

이 자리에 동행했던 한 동기생은 "이날 오후 세 사람 모두 시민운동장 부활절 행사에 참석한다고 해서 시간이 빠듯했다. (류)성걸이와 (정)종섭이 사무소는 면담이 가능한 시간이 겹쳐 성걸이 먼저 보고 싶은 사람은 그쪽으로 가고, 일부는 종섭이한테 가는 식으로 나눠서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전체 졸업생이 720여 명인 57회는 유독 정계 인사를 많이 배출했다. 권오을, 주성영 전 의원 역시 57회다. 58회가 김희국 의원 1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많은 편이다.

대구 수성갑에는 선'후배 3명이 얽혀 있다. 수성갑 현역 의원이자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인 이한구 의원이 45회, 김문수 새누리당 후보 51회,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56회다. 게다가 세 사람은 경북고에 이어 서울대 동문이다. 지난 25일 TBC-매일신문 주최 TV 토론회에서 김문수 후보가 "사적으로 만나면 우리가 싸울 일이 뭐가 있냐"고 했던 것도 이러한 학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대구경북 선거판에서 경북고가 주도하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17대 국회에선 대구 12명 의원 중 8명이 경북고 출신으로 싹쓸이하다시피 했지만 18대는 6명, 19대에선 4명으로 점차 줄어들었다. 또 비평준화 마지막 세대인 58회가 올해 우리 나이로 59세인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 경북고 출신 국회의원이 예전같이 배출될 것으로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 동문들의 얘기다. 대구경북 사정에 밝은 정치권 인사는 "지금은 고개만 돌리면 경북고 출신이 있지만 나중에 '그땐 그랬지'하고 추억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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