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사·만·어 世事萬語] 막장 공천, 작용과 반작용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여야의 공천 작업이 마무리되고 4·13 총선이 본격적인 국면에 접어들었다. 정말이지, 이번 총선은 전무후무한 '막장 공천'이 자행됐다. 새누리당은 친박 후보 심기와 김무성 대표 계파 후보 위주의 공천이라는 작태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독선적 공천으로 잡음을 일으켰다. '새 정치'를 표방하는 국민의당도 구태를 보여 큰 실망을 안겼다. 국민의당은 야권 내에서 다급하게 외치는 '야권 연대'도 외면하고 있어 총선 결과에 따라 책임 문제에 시달릴 공산이 크다.

총체적으로 4·13 총선의 막장 공천은 우리 정치사에서 부끄러운 퇴영의 장(章)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중에서 새누리당은 집권 여당으로서 돌이킬 수 없는, 가장 큰 잘못을 저질렀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 친박계 의원들이 후진적 정치의 주역들이다.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오점을 남긴 주역으로서 두고두고 입길에 오를 것이다.

역사가 항상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일시적으로 후퇴하더라도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마련이며 그런 희망을 안고 역사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막장 공천의 와중에서도 권력자의 의지가 한계에 부딪히는 결과가 나와 그나마 지금이 21세기라는 현실을 일깨워 주었다. 공천 과정이 개탄스러운 지경에 이르자 여론이 분노를 터뜨렸고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정치의 후퇴에는 유권자들의 책임도 있다. 우리 유권자 대부분은 정치 혐오를 느끼면서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하거나 지역 정서에 기대 투표하는 경향을 보인다. 정치인들은 욕을 먹다가도 돌아올 표는 돌아오게 되므로 유권자들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런 현실이다 보니 정치인들은 국민보다는 권력을 좇고 권력에 순응하며 선거 때만 유권자를 찾는다. 정치인들이 사명감을 갖고 깨어나게 하려면 유권자들이 좀 더 날카로운 시선으로 적극적으로 정치에 관심을 두고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

우리 정치가 좀 더 발전하려면 새누리당이 바뀌어야 한다. 새누리당이 수구보수적 가치와 기득권에 매몰된 데에서 벗어나 합리적 보수와 진정한 개혁의 가치가 체화되는 정당으로 변모해야 한다.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크지만, 총선 이후에 발전적 변화가 없다면 암울한 현실은 지속할 수밖에 없다. 투표를 통해 후보들을 걸러냄으로써 정당을 자극하고 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4·13 총선은 매우 후진적인 공천 과정을 겪었지만, 그에 대한 반발력으로 작은 변화라도 일으키는 결과가 나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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