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옥새 파동'·'대통령 존영' 반납 논란…도 넘은 한국 정치 퇴행

현대 정치의 근간 협상과 타협…집권 여당 최소 기준에 못 미쳐

'옥새를 차지하기 위한 정파 간 힘겨루기', '최고 권력자의 모습을 담은 상징물을 독점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정치 세력'.

봉건시대를 다룬 역사극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2016년 3월 한국 정치권의 모습이다.

집권여당 대표는 선거에 나설 당의 후보를 확정하기 위한 공천심사 과정에서 당내 주류 측이 자기 사람 심기를 밀어붙이자 공천장에 찍을 도장을 내주지 않고 버텼다. 이른바 새누리당의 '옥새 파동'이다. 반정을 주도한 정치 세력이 자신들이 옹립한 대군을 왕위에 앉혀 달라며 대비(大妃)를 겁박하고 이에 대비는 옥새를 숨기고 시간을 벌면서 자신의 우군이 돌아와 반정을 제압하기를 기다리는 모양새와 다를 바 없다.

심지어 새누리당은 현직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사진에 대한 독점적 사용 권한을 주장하며 탈당한 인사들에게 사진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2016년 공당이 '대통령 존영 반납의 건'이라는 제목의 공식 문서를 발부한 것이다. 대통령 사진에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주술적인 능력이 담겨 있다는 주장으로 들린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정치 전문가들은 우리 정치의 퇴행이 도를 넘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현대 정치의 근간은 협상과 타협 그리고 이성과 합리인데 한국 정치가 최소한의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정치학자는 "정치의 기본은 협상과 타협이고 협상과 타협은 이성과 합리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한국 정치에선 아직도 몽니와 편 가르기 그리고 맹목적 충성이 판치고 있어 가끔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정치권의 한심한 행태가 계속되는 이유는 유권자들의 '묻지마 투표'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정 지역에서 패권을 가진 정당이나 정치인이 득세할수록 상식을 벗어난 정치 행태가 잦아진다는 설명이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이른바 진영논리라고 하는 '우리 편은 무슨 짓을 해도 괜찮아!'라는 인식이 유권자들 사이에 팽배해 있으면 정치 발전이 더뎌질 수밖에 없다"며 "진영을 넘어 국가의 발전을 생각하는 방향으로 유권자들의 인식도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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