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대구시당이 공천 탈락에 반발해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한 유승민, 류성걸, 주호영, 권은희 의원에게 '대통령 존영(尊影)'을 29일까지 반납하라고 통보한 것은 졸렬한 처사다. 대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갖는 정치적 자산을 독점하겠다는 것이다. 막말 파문으로 공천에서 탈락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인천의 윤상현 의원 등에게는 '존영' 반납을 요구하지 않은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대구시당의 이런 처사는 대구 시민에게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만의 대통령이라고 우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당적을 갖고 있지만 새누리당과 그 지지자들만의 대통령일 수는 없다. 탈당했지만, 박 대통령의 사진을 걸어놓는 것이 득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그렇게 하는 것은 당사자의 자유다. 물론 박 대통령의 사진을 걸어놓는 것은 박 대통령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기회주의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지 여부는 전적으로 유권자가 투표로 판단할 몫이다. 그런 점에서 새누리당 대구시당의 '존영 반납' 요구는 주제넘은 짓이다.
대구시당의 박 대통령 사진 반납 요구는 대구의 새누리당 후보들이 박 대통령의 존재감에만 기대 선거를 치르겠다는, 부끄러운 고백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대구의 새누리당 후보들은 여러 가지 공약을 내놓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그런 게 있었나?'이다. 그만큼 정책과 비전에서 새누리당 후보들은 대구 시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오로지 '박 대통령'뿐이다.
대구에서 박 대통령의 인기가 높다 해도 이런 태도는 대구 시민에 대한 엄청난 결례다. 그들의 논리는 결국 자질과 능력, 비전과 정책에서 수준 미달이라도 박 대통령을 위해 자신들을 찍어달라는 것이다. 불량식품이지만 참고 먹어달라는 소리나 같다. 이런 오만은 대구시민에게 '새누리당 피로감'을 안긴다. 대구경북의 새누리당 지지율이 70%에서 56.6%로 14%포인트나 추락한 것은 그 방증이다. 새누리당 후보들은 이런 여론의 흐름이 경고하는 바를 잘 새겨야 한다. 이제 박 대통령 얘기는 그만하고 자신이 왜 국회의원이 돼야 하는지를 정책과 비전으로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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