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대제철 이용 안하면 거래 중지"…현대車 '원자재 갑질'

중소업체에 타사 제품 못 쓰게 해…특장차 업체, 해외 수출도 못 하게

#1. 현대자동차에 자동차 부품을 공급하는 대구의 A사는 2014년부터 현대제철에서 모든 원자재를 공급받고 있다. 기존에는 품질과 가격이 더 나은 해외 제철회사 2곳에서 시황에 따라 철강 원자재를 구입해 왔지만 현대차에서 안정적인 품질 수급을 명목으로 무조건 계열사 제품을 이용할 것을 강요했기 때문이다.

#2. 현대차에서 내수용 새시(차량 뼈대)를 공급받아 구급차를 판매하는 B사는 최근 해외 정부 입찰을 포기했다. 5년 전부터 현대차가 특정 업체에만 수출 물량을 몰아 줘 해외 자동차 회사에서 새시를 수입해 입찰을 시도했지만 "해외 업체에서 물량을 공급받으면 국내 시장용 물량을 끊어버리겠다"는 현대차의 강압에 결국 입찰 계획을 철회한 것이다.

중소 업체 사이에 현대자동차그룹의 '갑질' 논란이 숙지지 않고 있다.

지난 10일 현대차그룹은 주기적으로 거래하는 하청업체 2천380곳과 공정거래 협약을 맺었다. 구매 대금 입금일을 10일에서 7일로 줄이고 2차 하청업체가 판매 대금을 받지 못하면 1차 하청업체를 신고할 수 있는 '투명구매실천센터'도 신설했다.

하지만 업체들은 실상 하청업체의 거래처를 제한하고 비싼 가격에 부품을 공급하는 등 현대차의 갑질은 여전하다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A사의 경우 해외 원자재보다 비싼 가격에 현대차그룹 원자재를 구매하고 있지만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A사 관계자는 "회사 수익을 위해 타사 제품을 몰래 구매했다 걸리면 현대차 물량을 곧바로 빼앗길까 봐 어쩔 수 없이 현대제철 제품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B사 또한 현대차그룹의 횡포에 특장차 업계가 신음하고 있다고 전했다. B사 관계자는 "5년 전부터 특정 업체에만 수출용 새시를 공급해 특장차 업계의 해외 수출 실적은 전무한 실정"이라며 "내수 물량을 받아 수출로 돌리려고 해도 수출할 때 차대번호를 기입하면 현대차가 다 알 수밖에 없어 현대차 수출 정책이 바뀌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제재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3월부터 익명제보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지만 하도급과 유통, 가맹 분야만 신고할 수 있을 뿐 일반 제조업 거래는 제보조차 불가능하다. 또한 익명 제보라도 불공정 거래 사실을 조사하면 제소 업체가 고스란히 드러날 수밖에 없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익명제보센터가 마련돼 중소업체가 대기업과의 거래 중단을 우려해 신고를 꺼리던 문제가 다소 해소됐다"며 "신고 대상 범위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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