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참여마당] 수필: 운주산 1박 2일

# 운주산 1박 2일

설 명절 연휴를 맞아 아들, 며느리, 손자 등 총 9명이 영천 운주산 자연휴양림으로 가서 12호실에 봇짐을 내리고 자연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유는 손자들이 아파트 공간에서 윗집 아랫집 눈치 보랴 아껴왔던 장난과 수다들을 마음껏 해방시켜 주는 것이었습니다. 저녁은 불고기, 과일, 채소. 테라스에서 구워온 고구마 오리고기 지상 최대의 수라상이었습니다. 식사 후 윷놀이에 넋을 잃고 승패를 가리는 동안 나는 다섯 살짜리 손자를 데리고 준비한 랜턴을 들고 소나무 사이로 이리저리 산새들의 보금자리를 찾아갔습니다. 차디찬 밤 공기 사이를 뚫고 억새풀을 지날 때 잠자던 까투리가 놀란 바람에 푸드덕 하늘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놀란 손자놈이 엉겁결에 바짓가랑이 속으로 들어와 버렸습니다. 연못가 올레길을 돌면서 불빛에 비친 북두칠성이 우리를 반겨주었습니다.

"저기 있는 별 하나만 따 갈까?"

"안돼요. 여섯 명이 울잖아요."

산책로 길을 가면서 손자가 처음 들려주는 동요에 그날 밤 저는 감동을 먹었습니다.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추네."

숙소로 돌아와 보니 벌써 노독에 지쳐 다들 잠을 청하고 있었습니다. 새벽 이른 잠에서 깨어보니 유리 창문에 하얀 성에가 꽃으로 수를 놓았습니다. 전날 밤 동요에 감동되어 '김은수'라고 손자 이름을 새겨 놓았습니다. 잠에서 깬 손자가 말했습니다.

"누가 내 이름을 써 놓았네."

"아마 어젯밤 천사가 별님과 같이 내려와서 고맙다고 전해주고 간 것이란다."

각자 짐을 다 챙기고 내려오면서 운주산 승마장을 방문했습니다. 설 명절 휴무라서 말들은 자기 집에 다 들어가 있었습니다. 모두들 먹이를 달라고 고개를 갸우뚱 내밀고 흔들어 보이며 재롱을 보였습니다. 옆 가게에 가서 당근을 사서 모두 다 하나씩 주었습니다. 손자는 처음 보는 말들과 먹이 주는 놀이에 세상 모든 기쁨을 다 가졌습니다. 남들처럼 보다 남과 다르게 교육시키고 싶은 할아버지의 마음이었습니다. 짧은 시간이나마 1박 2일 동안 추억의 앨범들을 만들어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김용기(대구 달서구 상화로)

※ 우리가족 이야기, 나의 결혼 이야기, 어머니(아버지), 기행문, 추억의 사진, 독후감, 나의 글솜씨(수필·시·시조·일기 등)를 보내 주세요. 선정되신 분께는 소정의 상품을 보내 드립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