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참여마당] 수필: 지하철에서 용기를 배우다

# 지하철에서 용기를 배우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조카와 함께 지하철을 탔습니다. 승객이 많지 않았는데 중앙이 텅 비어 있고 문쪽으로 사람들이 붐볐습니다. 궁금해서 그 자리를 본 순간 인상이 찌그러졌습니다. 누가 먹은 것을 다 게워 놓은 것입니다. 나도 코를 막으며 그 자리를 피하려 했습니다.

여기저기서 "요즘 사람들은 공중도덕이 없다"는 불평이 쏟아졌습니다. 이때 나이 지긋하신 아주머니가 등산 가방을 멘 채 지하철에 탔습니다. 그분도 지저분한 자리를 보았지만, 저와는 달랐습니다. 선반에 있는 신문으로 그곳을 닦기 시작했습니다. 승객들이 전부 놀라워했습니다. 다들 욕하고 불평을 하지만, 자기가 한 일이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을 위해 희생을 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서 저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문이 열리자 뛰어가서 쓰레기통에 닦은 신문지를 버린 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자리에 앉아 책을 읽었습니다.

2호선으로 갈아탔을 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한 아저씨가 급히 내리고 난 뒤 사람들이 웅성대기 시작해서 보았더니, 바닥에 김칫국물이 많이 흘러 있었습니다. 다들 인상을 쓴 채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물티슈로 바닥을 닦고 있으니 조카도 "삼촌 같이해"라며 물티슈로 바닥을 닦았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보는 것 같았고, 바로 앞에 있는 나이 드신 아주머니도 같이 바닥을 닦으시며 조카에게 "기특하다"고 하셨습니다. 마음이 흐뭇해지며 어깨가 들썩이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기꺼이 하는 분들을 지하철에서 만나면서 '저분들이야말로 진정으로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상식과 용기를 지닌 사람들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상민(대구 북구 동북로28길)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