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KT-1 훈련기 엔진 꺼진채 48㎞ 활공…조종사 기지로 사고막아

지난 9일 순천만 상공서…학생조종사 첫 단독 비행중 '아찔'엔진 구동축 얇은 판막서 문제…조종사에 '웰던상' 수여하기로KT-1 훈련기,공중서 엔진 정지된 사고는 16년만에 처음

공군의 KT-1 기본훈련기를 몰고 비행 훈련을 하던 학생조종사가 공중에서 갑자기 비행기의 엔진이 꺼지는 상황에 직면했으나 기지를 발휘해 48㎞나 활공비행함으로써 무사히 착륙에 성공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30일 공군에 따르면 지난 9일 학생조종사인 이모 중위(진급예정·학사)가 몰던 제3훈련비행단 215대대 소속 KT-1 훈련기 1대가 비행 훈련 중 전남 순천만 상공에서엔진이 꺼졌다.

 66번의 비행기록을 달성해야만 기본과정을 수료하는 이 중위는 이날 20번째 비행이자 첫 단독비행 훈련 중이었다.이 중위를 지도하는 교관은 다른 훈련기로 몰고이 중위의 비행기를 뒤따랐다.

 이 중위가 탄 KT-1은 경남 사천에서 이륙해 고도 3.9㎞로 순천만 상공에 이르자갑자기 엔진에서 연기가 나고 이 연기가 조종석으로 밀려 들어왔다.조종석에 연기가 꽉 차면서 엔진도 정지했다.

 하지만 이 중위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조종간을 붙잡았다.KT-1은 기본훈련기라 기체가 가벼워 공중에서 바람만 잘 타면 활공비행도 가능한 기종이다.

 이 중위는 끝까지 조종간을 붙들고 30마일(48㎞)이나 활공 비행했다.눈앞에 사천기지 활주로가 보이자 이 중위는 조종간을 서서히 밀어 큰 충격 없이 훈련기를 활주로에 내렸다.

 지난 2000년부터 비행에 나선 KT-1이 공중에서 엔진이 정지된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다.공중에서 엔진이 꺼진 훈련기를 30마일이나 활공비행한 조종사도 없었다.

 공군은 사고가 난 지난 9일부터 KT-1,KA-1 항공기 비행을 중지하고 즉각 사고 조사에 들어갔다.

 지난 25일 끝난 조사 결과,엔진으로 동력을 제공하는 전원장치와 엔진기어 박스 사이에 있는 구동축의 얇은 판막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군의 한 관계자는 "톱니바퀴 모양의 얇은 판막에 비정상적인 전류가 지속적으로 흐르면서 열 손상 또는 마모 현상이 일어나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 됐다"고 전했다.

 공군은 비행 중지된 KT-1 계열의 항공기 엔진에 대해 일제점검을 하고 지난 29일부터 순차적으로 비행을 재개했다.

 학생조종사 이 중위에 대해서는 조종사에게 최고의 영예인 '웰던(Well Done)상'을 수여할 계획이다.학생조종사가 웰던상을 받은 적은 없다.웰던상은 비정상적이거나 위급한 상황 발생 시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방지해 안전운항에 지대한 공헌을 한 조종사에게 주는 상이다.

 공군 관계자는 "항공기를 기체 손상 없이 안전하게 착륙시켜 정확한 사고 조사를 할 수 있도록 기여한 공로도 인정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공군은 이번 사고가 지휘계통을 통해 상부까지 즉각 보고됐는지에 대해서는 "공중이나 지상에서 발생한 모든 사고는 지휘계통을 통해 즉시 보고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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