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우리는 일본과 친해질 수 있을까

지난주 일본 문부과학성이 '독도는 일본 땅이며 현재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의 검정 교과서를 초·중학교에 이어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가르치도록 확정했다고 한다. 우리 정부는 즉각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지만 일본은 한국의 불평쯤으로 여길 것이 뻔해 보인다. 이런 교육을 받은 일본의 학생들과 우리나라 학생들은 과연 미래에 친해질 수 있을까?

올해 1월 12일부터 3주간 대구외국어고등학교와 자매결연을 맺은 일본 히로시마 후나이리 고등학교에 교환학생 신분으로 국제 커뮤니케이션 코스를 밟았다. 일본 학생들과 일본에서 진행되고 있는 방식 그대로 함께 공부하고 함께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같이 지내는 동안 일본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나에게 정말 따뜻하게 대해 주었고 내 생애 잊지 못할 추억을 함께 만들었다.

마지막 주 논술시간을 빌려 선생님의 협조 아래 정확히 40명의 1학년 일본 친구들을 상대로 한국에서 미리 준비해 간 설문조사를 했다. 독도를 바라보는 현재 일본 고등학생들의 시각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는데,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먼저 응답자의 83%인 33명이 독도를 두고 한국과 일본 사이에 소유권 분쟁이 있다고 알고 있었고, 60%가 독도의 주인은 일본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나머지 40%는 모른다고 답했고, 한국이라고 답한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생각하는 근거로 절반이 교과서를 들었고, 언론과 인터넷이 그 뒤를 이었다. 이미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독도는 일본 영토이고 한국이 불법 침탈했다고 배웠던 것이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독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75%가 국제사법재판소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답했고, 나머지는 모른다고 응답했다. 일본 정부가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만들어 외교적으로 자신들이 우위에 있는 국제사회에서 결정 나도록 하자는 방침이 일본의 미래세대에까지 그대로 녹아 들어간 것이었다. 이제 와서 같은 내용의 교과서가 고등학교에서 통용된다고 우리가 화를 내 본들 만시지탄일 뿐이다.

그렇다면 일본 고교생들은 양국관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양국 관계가 '보통이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43%로 가장 많았고 '나쁘다'가 33%, '좋다'는 20%에 그쳤다. 그러나 미래에는 '가까워질 것이다'가 60%로 '그대로일 것'이라는 응답(40%)보다 높았고, '나빠질 것'이라고 보는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일본 학생들과 어울리면서 정말 놀랐던 부분이 상당수가 한국 아이돌 가수의 노래를 한국말로 따라 부르고 한국 연예인을 좋아하면서 한국말을 배우려고 하는 모습이었다. 사실 나를 포함해 내 주변 친구들도 어릴 때부터 일본 애니메이션과 만화에 엄청나게 노출됐고 그들의 문화를 이질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그런 세대다.

우리 세대가 어른이 돼 사회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20, 30년 뒤에도 독도가 한일 양국의 관계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계속 남아 있을까? 과연 문화의 힘이 정치나 외교 논리를 무력화시킬 수 있을까?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고지도나 고문서가 발견됐다면서 한국 언론이 호들갑 떠는 것에 대해서도 설문에 참여한 일본 학생 90%는 모른다고 답했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고 응답한 10%에 주목하고 싶다. 그 10%의 일본 학생은 어떤 경로로든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걸 증명하는 과거 기록의 발견을 접했다는 뜻이다. 우리 정부가 독도에 관해선 조용한 외교를 표방한다지만 독도에 대한 일본 내 홍보를 강화하는 것은 어떨까? 명백한 증거를 갖고 논리적으로 꾸준히 설득한다면 독도를 바라보는 일본인들의 시각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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