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시장을 주도하던 조선, 철강, 반도체 등 우리 수출 산업이 성장 정체의 위기 국면을 맞고 있다. 더 이상 선진국을 모방하는 방식으로는 우리 경제가 성장할 수 없으므로, 창의력과 아이디어로 극복하자는 목소리가 드높다.
그런데 우리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몇 안 되는 분야로 한의학이 있다. 더구나 동양의학은 선진국을 모방하는 분야가 아니라 우리가 종주국이다. 한의학은 무궁무진한 성장 잠재력을 지닌 바이오의 보물창고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5년 기준으로 1천140억달러(133조원) 규모인 세계 전통의약시장이 2050년쯤에는 5조달러(약 6천조원) 규모까지 폭발적으로 성장, 정보통신(IT) 시장의 규모를 넘어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우리 경제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릴 또 하나의 신성장동력이 바로 한의학 육성 및 발전에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이 엄청난 시장을 놓치면 결국 중국이 모든 과실을 가져갈 것이다. 중국은 이런 흐름을 간파하고 시진핑 등 국가지도자들이 직접 나서 "중국의 세계에 대한 많은 공헌 가운데 중의가 첫째다"라고 천명하며, 자국 헌법에까지 '중국 전통의약 발전'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국가에서 중의사(한의사)와 서의사(양의사)가 서로의 학문을 의무적으로 배우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 등 세계시장에 중의약을 대대적으로 수출하고 있다. 중국의 중의약 수출은 지난해만 봐도 23억달러(약 2조7천억원)의 성과를 올렸다. 이런 노다지 시장을 석권하기 위해 중국은 그야말로 범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중의사 '투유유'의 노벨의학상 수상은 그 첫 신호탄에 불과하다.
최근 세계 굴지의 과학저널 '네이처'는 동양의학을 소개하면서 '중국전통의학(TCM)과 일본의 캄포(漢方, Kampo)가 맞서고 있다'고 전했는데, 우리나라 한의학은 사실상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중국은 우리와 달리 치료 효과에 대한 객관적 입증 도구인 '진단계측기기'를 중의사들이 제한 없이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중의사들이 국제 규격 SCI급 논문을 무수히 발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자궁근종을 한약을 사용해 치료했어도 몇 센티에서 몇 센티로 크기가 줄었다는 치료 전과 후의 데이터가 없으면, 세계의학계에서 인정받는 논문이 나올 수 없다.
근래 우리 대구에서는 전국 최초로 공공예산을 투입해 통합의학진료 전인병원을 설립하는 등 가장 먼저 한양방융합진료의 소중한 첫걸음을 내디디고 있다. 중국, 미국과 같이 동서양의학이 협력하는 통합의학의 큰 흐름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한의학 치료 효과의 검증을 통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한 도구인 진단계측기기 사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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