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 '탄타늄' 산업 시대 연다] <7>경북형 타이타늄 산업 육성

포항-경산-영천…타이타늄 삼각벨트

타이타늄은 만능 소재다. 우주'항공, 국방, 의료, 에너지'환경, 레저스포츠 등 미래 산업의 줄기로,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에 진입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첨단 소재로 평가받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중요성에도 불구, 우리나라 타이타늄 산업화는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미국, 러시아, 일본 등 일부 국가가 원천소재 기술을 독점해 국내 타이타늄 수입이 갈수록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경상북도는 국내 타이타늄 산업화의 최적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포항, 경산, 영천을 중심으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타이타늄 기업이 두루 위치해 있고, 타이타늄 연구기관, 대학, 특화센터까지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이 산 '학'연'관 네트워크를 통해 글로벌 타이타늄 산업 기지로 발돋움하려면 차별화한 육성 전략과 국가적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

◆타이타늄 산업이란?

세계 타이타늄 산업은 원료→원천소재→중간재→부품가공→완제품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원료 산업은 원광을 채굴'선광하는 단계를 말한다. 순도에 따라 고순도광과 저순도광으로 구분한다. 다음으로 원천소재는 타이타늄 원료로부터 고순도의 금속 소재를 제조하는 단계다. 전 세계적으로 미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일본, 중국 등 6개국 정도만 제조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어 중간재는 타이타늄 금속(스펀지)을 용해해 잉곳(덩어리)을 제조하고 압연 등을 통해 판재, 봉재, 관재 등 중간재를 제조하는 단계다. 원천소재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술장벽이 낮아 세계적으로 많은 기업군이 존재한다. 우리나라도 다수의 기업체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경북 포항에 본사를 둔 포스코는 지난 2010년 카자흐스탄 업체와 합작 투자해 안정적인 잉곳 수입처를 확보했다. 국내에서 압연 공정 등을 거쳐 두산중공업에 해수담수화 설비용 판재를 공급하는 등 부품 국산화에 기여하고 있다.

부품가공과 완제품은 주조, 단조, 열처리, 표면처리 등 뿌리기술을 활용해 중간재를 국방, 항공, 의료, 안료 등 최종제품으로 완성하는 단계다. 미국, 유럽 등의 주요 기업은 이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에 집중하고 있으며, 국내 기업은 석유화학 플랜트, 발전, 해수담수화설비 등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경북도와 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타이타늄 소재 시장만 2012년 기준 28조원에 달하며, 2012년 기준 150조원의 타이타늄 완제품 세계 시장 규모는 2025년엔 600조원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타이타늄 산업의 현주소

이 같은 세계 타이타늄 산업 추세에 비춰볼 때 우리나라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중간재, 부품, 완제품 등 하공정 기술 분야는 선진국 대비 70~90%에 이르는 기술 수준을 확보했지만 고부가가치화에 꼭 필요한 원료-소재화 경쟁력은 60%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2011년 이후 고가 타이타늄에 대한 국내 수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반면 해외 수출은 저가 스크랩(부스러기)에 그쳐 무역 역조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국가적 차원의 타이타늄 산업 투자가 제때 이뤄지지 못할 경우 소재 종속에 따른 주력 산업의 경쟁력 약화가 불을 보듯 뻔하다.

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국내 타이타늄 시장은 1조원 규모로, 연평균 10.1%씩 초고속 성장한다. 조선, 자동차 등 타이타늄 수요 산업이 계속 성장하면서 국내 타이타늄 시장 또한 동반 성장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반해 현재 한국의 타이타늄 산업 경쟁력은 세계 15위에 불과하다. G7 국가에 한참 뒤져 있다. 국민소득 4만달러, 무역규모 2조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타이타늄 산업의 경쟁력 확보가 필수적이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국가 차원의 정책 지원은 다소 늦었지만, 우리나라 경우 원자재를 수입해 가공처리하고 최종 제품으로 활용하는 기술 경쟁력은 그나마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선진국 기술 수준을 따라잡을 수 있는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타이타늄 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특별법 등 국가 차원의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타이타늄 산업화 최적지, 경북

경북은 국내 최고의 타이타늄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우선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타이타늄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대기업으로는 포스코가 있다. 현재 타이타늄 잉곳을 수입해 열교환기용 타이타늄 판재를 생산, 공급하고 있다. 또 KPCM, 풍산발리녹스, 신한금속 등은 원자력, 화력발전이나 해수담수화 설비 등에 쓰이는 타이타늄 튜브를 생산하는 강소기업이다. 이 외 치과용 타이타늄 임플란트에 강점을 보이고 있는 메가젠과 덴티스, 타이타늄 선재를 활용해 고급 안경테를 제조하고 있는 반도옵티컬, ㈜유레카 등이 있다.

이와 함께 타이타늄 연구기관, 대학, 특화센터까지 밀집해 있다. 포항산업과학연구원은 ▷타이타늄 열간'냉간 압연판재 제조공정 ▷타이타늄 스펀지 활용 ▷의료용 타이타늄 기술개발 방향 및 시장조사 등 다양한 연구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또 포스텍과 영남대는 ▷ 타이타늄 물성 연구 ▷타이타늄 분말을 이용한 치과용 공구개발 및 제작 ▷생체재료용 타이타늄 소재 개발 ▷항공기, 터빈 블레이드 등 고온소재용 타이타늄 합금 개발에 성과를 내고 있다.

◆경북형 타이타늄 산업의 마스터플랜

경북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국가 타이타늄 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마스터플랜을 짜고 있다. 일단 타이타늄 스펀지 등 기초소재 생산보다는 중간 단계의 소재를 가공처리해 최종 제품 산업과 연계'육성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타이타늄 원료 광석에서 스펀지를 추출하는 원천 기술을 개발하는 데에는 막대한 설비투자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환경오염 문제를 유발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북은 포항을 중심으로 기존 철강산업의 기술력과 생산력을 기반으로 타이타늄 합금 개발, 타이타늄 가공처리 산업을 육성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와 함께 타이타늄산업 클러스터를 고민하고 있다. 특별법에 근거한 국가 차원의 지원 등을 통해 타이타늄 산업의 인력, 생산시설, 연구기관 등을 한 곳으로 집중해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북에 밀집한 중간재 기업 제품을 의료, 국방, 건설, 로봇, 항공우주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연구, 시험, 인증 시설 등을 집적단지 내에 유치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

경북도는 이를 위해 타이타늄 산업계에 종사하는 기업 현황, 각 기업 간 소재 입수 및 납품 경로, 타이타늄 제품의 수출입 통계 등과 같은 기초 인프라를 구축할 방침이다. 이웃 일본의 경우 타이타늄협회 등을 구성해 기업, 연구기관 간 상호 교류협력 및 정보 축적, 조직적인 정부 정책 건의 등에 나서고 있다.

경북도 박성수 창조경제 산업실장은 "전국에 흩어져 있는 타이타늄 기업들이 클러스터 내에 신규 공장을 설치하거나 기존 공장을 이전하고 연구개발거점 등을 추진할 경우 국비, 세제 감면 등 적극적인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 중"이라며 "원료→원천소재→중간재→부품가공→완제품에 이르는 전 주기를 완성해야 경북이 글로벌 타이타늄 산업의 메카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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