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달해의 엔터 인사이트] 공중파 3사 '월화극 대전'

수·목엔 송중기에 심쿵 월·화는 나만 바라봐~!

지상파 3사가 각각 같은 시기에 새 월화극을 내놓고 맞대결을 시작했다. 3월 28일 월요일을 기점으로 KBS가 '동네변호사 조들호'를, SBS가 '대박'을, MBC가 '몬스터'를 첫 방송했다. 첫 회 성적은 '대박'이 11.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우위를 차지했고 10.1%를 기록한 '동네변호사 조들호'가 그 뒤를 바짝 따라붙었다. '몬스터'는 7.3%로 초반 열세를 보였다. 30%대까지 올라간 KBS2 TV '태양의 후예'로 수목극 시장이 살아난 데 이어 월화극 시간대까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어 이목을 집중시킨다.

◆KBS '동네변호사 조들호'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연재 중인 동명 웹툰을 드라마화했다. 주인공 캐릭터 설정, 그리고 에피소드 일부를 차용했으며 전반적인 내러티브와 주변 캐릭터들은 드라마의 톤에 어울리도록 각색했다. 사법고시를 수석으로 패스한 후 검사가 돼 출세 가도를 달리던 조들호가 검찰 내부 고발사건에 얽혀 나락으로 떨어졌다가 서민형 변호사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성공이 보장된 길을 포기하고 정의를 택한 변호사 조들호가 서민들의 편에 서서 권력과 '맞짱'을 뜨는 과정을 보여주며 통쾌함을 줄 예정이다.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지게 만든 사건,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권력과 맞서 싸우는 동시에 서민들이 겪을 만한 사건들을 해결하는 과정까지 묘사한다. 전체 사건의 줄기를 유지하되 여러 에피소드의 가지들을 배치해 서민들에게 필요한 다양한 법에 대한 팁까지 제공한다.

주연배우는 박신양이다. 2011년 '싸인' 이후 안방극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더니 이번에 조들호 역을 맡아 5년 만에 드라마 복귀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드라마 외에 2013년에 영화 '박수건달'을 내놨지만 그 후로도 소식이 들리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냈던 인물이다. 두문불출하다시피 조용히 지내다 tvN '배우학교'로 방송 활동 재개를 알리더니, 이제 본업인 연기로 돌아와 변치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첫 회부터 성공한 검사, 나락으로 떨어진 노숙자, 또 정의감 넘치는 변호사 등 변화무쌍한 인물의 희로애락을 몰입도 높은 연기로 풀어내 '원톱 주연배우로 손색이 없는 건 인정해야 한다'는 평가를 끌어냈다. 강소라와 류수영, 박솔미, 김갑수 등의 배우들이 후방을 든든하게 받쳐준다.

◆SBS '대박'세 편 중 유일한 사극

'대박'은 세 편의 월화극 중 유일한 사극이다. 기본적으로 충성도 높은 시청자들을 거느릴 수 있는 장르라 시청률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드라마는 가진 것 없는 조선 왕족 대길이 임금 영조와 벌이는 한판 승부를 다룬다. 내세울 게 없어 목숨을 건 대길과 나라를 걸고 베팅하는 영조의 치열한 신경전을 그리며 조선판 '올인'으로 불리고 있다. 소재 자체도 특이한데 그보다 캐스팅이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일단, 주인공 대길 역에 한류스타 장근석이 캐스팅됐다. 2008년 '쾌도 홍길동' 이후 8년 만에 출연하는 사극인 데다 그동안 주로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트렌디한 느낌의 드라마와 무대에서 활동한 터라 생소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겉멋'에 빠져 있는 이미지와 달리 어린 시절부터 꽤 괜찮은 실력을 갖춘 연기자라는 평가를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오랜만의 사극에서 대선배급 배우들과 함께하게 된 만큼 이미지가 아닌 연기로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할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진다.

장근석과 함께하게 된 또 다른 젊은 연기자는 여진구다. 훗날 영조가 되는 연잉군을 연기한다. 갓 20대가 된 배우 중 연기력과 화제성 면에서 최상위권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인물이다. 여배우들로는 '인간중독' '간신' 등의 영화와 드라마 '상류사회', 또 '섹션TV 연예통신' 등의 프로그램으로 주가를 높인 임지연이 담소 역으로 출연한다. 뛰어난 미모를 남장으로 숨기고 살아가는 인물로 앞으로 '대박'의 전개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1, 2회를 이끈 중견배우들의 열연도 화제다. 최민수가 숙종 역을 맡아 변함없는 명연기를 보여줬고 윤진서가 숙빈 최씨의 파란만장한 삶을 표현해 호평받았다. 그 외에도 전광렬, 이문식, 임현식, 안길강, 윤지혜 등 존재감 넘치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블록버스터급 캐스팅'이란 말을 듣고 있다.

◆'몬스터'-강지환의 치열한 복수극

방송 초반 '몬스터'는 동시 시작을 알린 세 편의 지상파 월화극 중 가장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다. 7%대 시청률을 기록했다가 2회에서 좀 더 하락했는데 그렇다고 벌써부터 경쟁에서 낙오됐다고 판단하긴 이르다.

사실 드라마의 내용이 새롭게 느껴지진 않는다. 권력집단의 음모에 의해 인생을 망친 남자의 복수극을 그리는데,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싸움과 멜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동안 나온 유사 드라마의 패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경우 관건은 배우의 연기력과 전개방식인데 일단 초반 '몬스터'에 대한 평가가 주중 미니시리즈의 기준에 맞춰볼 때 나쁜 편은 아니다. 특히 주연 강지환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아이돌그룹 비스트 멤버 이기광의 연기가 빛을 발했고 캐릭터와 사건을 설명해주는 방식 역시 경쾌하고 빨라 보는 재미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밑바닥에서 기어올라와 복수극을 펼치는 주인공 강기탄 역에 강지환이 들어왔고, 여주인공 오수연을 성유리가 연기한다. 오랜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박기웅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지상파 미니시리즈 월화시간대 부활

비지상파의 공세에 밀려 지상파 미니시리즈가 20%대의 벽을 넘지 못하고 고전하기 시작한 게 꽤 오래전의 일이다. 평균 20%대는 훌쩍 뛰어넘고 심지어 40%대 국민드라마까지 나오던 시간대였지만 지상파 콘텐츠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시청자들을 빼앗겨 10%대에서 한동안 허우적거렸다. 제아무리 시청률이 안 나온다 해도 10% 아래로 떨어지는 케이스는 흔치 않았지만, 그나마 유지하던 마지노선이 무너지면서 5% 밑으로 추락하는 드라마가 속출했다. 더 이상 채널 인지도만으로 우위를 선점할 수 없는 상황. 결국엔 콘텐츠 경쟁력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세상이 된 셈인데, 마침 이 시기에 지상파가 볼만한 작품을 내놓으며 드라마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니 그 나름 의미 있는 현상이라 판단할 만하다.

벼랑 끝에서 연합군을 모아 비지상파와 일대 전쟁을 지상파 드라마 연합군의 활로를 뚫어준 작품은 역시 '태양의 후예'다. 이 시간대에서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거라 예상됐던 30%대의 벽을 뚫고 폭발적인 화제성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반면, '태양의 후예'와 동시간대에 방송되고 있는 타사 드라마들이 4%대의 저조한 시청률로 고전하고 있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이와 달리 월화극 시간대에는 스코어로 따졌을 때 크게 격차가 벌어지지 않는 선에서 세 편의 드라마가 선두자리를 놓고 싸우니 활기찬 느낌이 든다. 비지상파 콘텐츠 생산자들도 다시 전력을 재정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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