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 뿌리지 않고 거두려 해서야

"광주'전남권에서 새누리당 계열 후보가 당선한 것은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1988년 13대 선거 이래 처음이다. 그만큼 역사적 의미가 크다. 그간 호남의 야권에 대한 압도적 지지를 지역주의로 싸잡아 매도하긴 어렵다. '호남의 저항적 지역주의와 영남의 패권적 지역주의'는 구별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호남의 이런 선택이 결과적으로 '지역정당 구조'의 한 축을 떠받쳐온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2014년 7'30 재보선에서 전남 순천'곡성에 출마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당선한 다음 날 한겨레신문 사설은 이렇게 썼다. 당시 기자는 이를 보고 기겁을 했다. 호남의 지역주의는 '저항적'이고, 영남의 지역주의는 '패권적'이라고 간단히 단정해버리는 그 '용감무쌍함' 때문이다. 지역주의라도 한쪽은 '저항적'이고 다른 쪽은 '패권적'이라고 주장하려면 그 근거가 무엇인지 제시하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그런 것은 없었다. 결국 이 사설은 영남에 대한 일방적 모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런 얘기를 꺼내는 것은 이번 총선 뒤에도 이런 유의 비이성적 매도가 대구에 쏟아질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대구 수성갑에 두 번째 도전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와 당의 '무개념' 컷오프에 희생돼 탈당 후 무소속으로 대구 북을에 출마한 홍의락 후보가 기대했던 결과를 못 냈을 경우에 말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가정이니 해당 후보와 유권자들은 오해 마시길 바란다.

대구에 출마한 야당(또는 야당 출신) 후보 가운데 유독 김'홍 두 사람만 찍어 얘기하는 것은 현재 시점에서 이들이 당선 가능성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는 새누리당 후보를 여유 있게 앞선다. 김 후보는 새누리당 김문수 후보가 추격하고 있으나 아직 한 번도 1등을 뺏기지 않았다. 지난 1, 2일 실시한 매일신문과 조선일보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후보를 압도한 홍 후보의 약진은 더 놀랍다. 이런 기세가 선거날까지 이어진다면? 그야말로 '선거 혁명'이다.

과연 그렇게 될까. 예단은 금물이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김부겸 후보가 지지율 조사에서 줄곧 앞서고 있다고는 하나 결국은 근소한 표차로 당선 또는 낙선할 것이고, 홍 후보 역시 지금은 새누리당 후보를 이기고 있지만, 아직 선거전 초반이기 때문에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을 보면 그렇다.

이들이 국회로 가고 못 가고는 대구 시민이 결정할 몫이다. 그전에 분명히 할 것이 있다. 당선한다면 전적으로 그들과 대구시민의 승리이고, 낙선한다면 전적으로 야당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더민주와 그 전신인 수많은 '민주당들'은 대구에 깃발을 꽂으려고만 했지 이를 위해 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물론 김대중 대통령은 '동방정책'으로 대구경북에 공을 들이긴 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후 당 차원의 자금이나 정책 지원은 철저히 호남과 수도권 위주로 돌아갔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대구경북을 대놓고 적대시했다. 대구경북에 배정된 예산이면 눈에 쌍심지를 켜고 시비를 걸었다. 지난해 국책사업 예산인 물 클러스터 사업 예산을 '총선용'이라며 삭감하겠다고 을러댄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그래놓고 선거 때만 되면 표를 달라고 한다. 새누리당의 '서울TK'를 빼다박았다. 뿌리지도 않고 열매만 탐하는 심보다. 김 후보의 처지가 이를 잘 보여준다. 그는 시쳇말로 '맨땅에 헤딩'하고 있다. 당의 지원 없이 오직 자신의 '개인기'만으로 현실을 헤쳐가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가 대구에 와서 홍 후보의 복당을 언급한 것은 그런 공짜 심보의 결정판이다. '버린 카드'인데 일을 낼 수도 있을 것 같으니 '본전' 생각이 났다고 할까.

싹쓸이는 새누리당의 오만과 대구의 퇴보를 가져왔다. 싹쓸이가 반드시 종식되어야 하는 이유다. 이번 총선에서 그 염원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만약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온갖 소리가 나오겠지만 더불어민주당만은 이러쿵저러쿵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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