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호모 헌드레드

불로장생을 꿈꾼 군주로는 중국 진나라 진시황(B.C. 259~210)이 단연 손꼽힌다. 천하를 통일해 초대 황제의 자리에 오른 그는 영원히 황제로 살고 싶었다. 서시에게 동남동녀 500여 명을 딸려 보내며 동쪽으로 가 불로초를 구해 오라고 시켰다. 여기서 동쪽이란 우리나라를 뜻한다고 본다.

남해도 금산엔 서시 일행이 불로초를 찾지 못하고 떠나면서 바위에 새겼다고 전해지는 암각문이 아직 남아 있다. 그림인지, 문자인지조차 불분명한 이 암각문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서시과차'(서시가 이곳을 지났다)를 새긴 것이라거나 '서시기배일출'(서시가 해 돋는 모습을 보고 일어나 절한다)로 보아야 한다는 등 설이 무성하다.

진시황 역시 인간이 영생하지 못한다는 사실쯤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불로초에 대한 갈구는 장수할 선약을 구해오라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 그럼에도 진시황은 불로초는커녕 장수초도 구할 수 없었다. 그는 만 50년을 다 살지 못했다.

요즘은 100세 시대다. 지난 2000년 평균수명이 80세를 넘긴 국가가 6개국이었다. 평균수명 80세는 소수의 사람들만 가능하다고 여겼던 100세 장수가 보통 사람들에게도 해당되는 시대다. 유엔은 이 시기를 '호모 헌드레드'(인간 100세 시대)라고 이름했다. 현 인류 조상을 '호모사피엔스'(생각하는 인간)라고 부르는 것에 빗대 새로운 인간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평균수명 80세 시대에 들어 호모 헌드레드 시대에 들어섰다. 보통 사람들도 얼마든지 100세를 살 수 있는 시대를 맞았다. 2050년이면 84.2세까지 늘어날 것이다. 올 2월 현재 우리나라 100세 이상 인구는 1만6천525명에 이른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 1천 명당 16명이 100세를 넘겨 장수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오늘날의 나라별 기대 수명이 소득 수준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점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1천달러 안팎인 나라는 기대 수명이 45세 수준에 머물러 있고, 5천달러면 65세, 2만달러면 75세, 3만달러면 80세를 넘나든다.

결국 진시황이 갈구하던 불로초는 소득에 있었던 셈이다. 요즘 사람들은 소득 덕분에 진시황도 누리지 못한 장수를 누린다. 이는 장수하려면 꾸준히 소득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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