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미화 칼럼] 참패한 보수의 길

교만한 집권 보수 총선 비극적 결과

원내 제1당 무리하게 만들지 말라

야당에 주도권 주고 협치 성과 내길

보수를 대변하는 집권여당 새누리당이 세상 바뀐 줄 모르는 교만으로 민심(民心)을 가볍게 여겼다가 총선 참패의 나락에 빠졌다.

새누리당의 비극적 결과에 대한 원인은 수없이 많지만, 역시 총선을 진두지휘한 당 대표와 총선 무대에 올릴 선수를 선발하는 공관위원장이었던 김무성-이한구의 쌍끌이 자해 행위의 탓이 제일 크다. 물론 유권자를 물로 본 진박 감별사들의 진상 떨기도 보수층의 집단 투표 포기를 몰고 온 요인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새누리당 의원들이 너무 웰빙에 젖어 자기희생을 실천하는 후보가 극히 드물었다고 판단한다. 이유야 어떻든 공천 배제 혹은 당내 경선에 패배한 의원 가운데 적지 않은 후보들이 개인적 억울함 혹은 납득불가를 주장하면서 하나같이 대들고, 여여 대립 구도를 만들었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예상 밖 성적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합리적 판단력이 돋보이는 전병헌 의원(서울 동작갑)은 이유없이 컷오프됐지만 의연하게 당의 결정을 수용했다. 막말 의원으로 악명 높던 정청래 의원(서울 마포을)은 높은 지역구의 지지세에도 불구하고 공천 탈락해도 당의 승리를 위해 대동단결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이런 자기희생이 없었다. 하나같이 대들었고, 끝까지 버티며 당을 초토화하는데 앞장섰다. 남들은 폭력 전과를 다 아는데도 억울하다며 무소속으로 돌아섰고, 공천 배제 혹은 탈락 후보들은 하나같이 전 국민이 보는 가운데 친정을 난도질했다.

새누리당 공관위나 당 지도부를 두둔할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공천이 억울하다고 다선씩이나 한 의원들이 고래고래 고함을 치는 모습은 보기 껄끄러웠다. 다만, 갑자기 청년'장애인 우선추천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공천 배제된 서상기 의원(대구 북을)과 서울 서초에서 13표 차로 경선에서 진 뒤, 용산 출마를 권유받았으나 지역구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며 사양한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장관 정도가 소속 정당에 대한 예의를 지키며 신뢰를 보였을 따름이다.

국민들 눈에는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의 구성원들이 하나같이 공천 파동의 와중에 염불(새누리당)보다 잿밥(당선)에만 관심을 보이는 소인배처럼 보였다.

사실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의 또 다른 참패 원인은 지킬 가치가 있는 것은 지켜간다는 보수 가치의 필요성과 미국처럼 점점 심해지는 정치적 양극화 현상을 보이는 시대에 보수가 왜 필요한지를 국민에게 인식시키는 데 실패한 탓도 크다.

요즘 사람들은 자신이 믿을 것만 믿는다. 아무리 과학적 연구 자료를 들이대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만약에 커피가 유방암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자료를 주면 커피를 좋아하는 여성들은 결코 그게 아니라는 반발 자료를 인터넷이든 책이든 어디서든 찾아내서 믿지 않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내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경향이 강하니 뭐를 해도 정부로서는 쉬운 게 없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도 자작극이라는 애꿎은 소리가 5년 가까이 떠돌았다.

당장 야당이 개정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국정교과서와 테러방지법이 왜 필요한지, 아프지만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왜 시급한지를 국민들이 납득하고 그를 지켜갈 수 있도록 잘 전달하고, 지켜내고, 지지를 받아냈어야 했다. 그러나 그런 전략, 대책, 정책은 보이지 않고 쌈박질만 해댔다.

도도한 역사의 물줄기를 지켜가는 보수의 물결에는 온갖 쓰레기도 같이 떠내려오지만, 너무 세상을 급하게 바꿔가는 진보에 브레이크를 잡는 역할도 한다. 이제 제2당 신세가 될 새누리당은 무리하게 제1당이 되려고 하지 말고, 좌파와 우파, 보수와 진보가 서로 상반된 입장에서 협력할 때 가장 큰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는 협치의 새 길을 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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