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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지역주택조합 부작용 속출…34곳 중 상당수 좌초

돈 날린 조합원 땅을 쳤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도로변을 뒤덮었던 지역주택조합 현수막. 현재는 열기가 식어 찾아보기 어렵다. 매일신문 DB
지난해까지만 해도 도로변을 뒤덮었던 지역주택조합 현수막. 현재는 열기가 식어 찾아보기 어렵다. 매일신문 DB
지역주택조합이 난립하면서 지역 경제에 대한 파급력이 큰 건설 경기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추진하다 덮어 버린 수성구 한 지역주택조합의 홍보관. 현재는 홍보관이 철거된 채 방치되고 있다. 매일신문 DB
지역주택조합이 난립하면서 지역 경제에 대한 파급력이 큰 건설 경기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추진하다 덮어 버린 수성구 한 지역주택조합의 홍보관. 현재는 홍보관이 철거된 채 방치되고 있다. 매일신문 DB

지역주택조합이라는 '한철 메뚜기'가 갉아먹은 지역 건설 곳간에는 깊은 상처가 남았다. 우후죽순 생겨난 지역주택조합이 소비절벽을 부르는 등 지역 경제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상당수 지역주택조합의 사업이 삐걱대면서 가계마다 뭉칫돈이 묶여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하면 탈퇴가 어려워 이른바 '가계의 돈맥경화' 현상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34개에 이르는 지역주택조합 중 수성구 만촌동 한 소규모 사업장(96가구)만이 착공이 진행될 정도로 사업 추진이 늦다. 비교적 성공적 사례로 통하는 이곳은 추가분담금 1천300만원(분양대금 4.7%)만 내는 데 그쳤다. 나머지는 지지부진하거나 결국 좌초됐다.

지역 최대 규모로 진행 중인 수성구 한 지역주택조합은 2년 전 설립됐지만 사업은 아직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이곳의 사업 컨설팅을 맡았던 A씨는 "해당 사업은 주상복합아파트로 설계됐는데 상가 규모가 너무 커 사업성이 없었다. 애당초 안 되는 사업이었다"며 혀를 찼다.

지난해 동구의 한 지역주택조합은 조합원 800명을 순식간에 모집하고 수백만원의 웃돈이 붙었지만 땅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이 불투명해졌다. 현재 소수의 조합원만 남았고 상당수는 500만원의 업무추진비를 떼이고 조합을 탈출(?)했다. 한 건설사 임원은 "주택조합원은 초기에 수천만원의 분양 대금을 치러야 한다. 큰돈이 묶여 있는 조합원이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했다.

결국 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11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 대비 0.01% 상승한 데 비해 대구 0.08% 떨어졌다. 최근 3년간 전국 부동산 시장을 주도했던 대구의 아파트 매매가는 15주 연속, 전세는 9주 연속 하락해 체면을 구겼다.

청약 시장도 왜곡됐다. 통상 청약경쟁률이 10대 1 정도를 넘어가면 한 건의 계약이 발생하는데, 최근에는 수십 대 1의 경쟁률 속에도 계약 한 건 성사되기 어렵다. 그만큼 실수요자는 없고 웃돈만 좇은 투자자들이 초반 분위기를 보고 계약을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파트 거래 절벽도 가중되고 있다.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에 따르면 2월 한 달간 대구의 아파트 거래량은 956건에 그쳤다. 이는 월간 거래량으로 2006년 1월 428건을 기록한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다. 1'2월 아파트 거래량을 합친 건수도 최저치로 집계됐다. 이 기간 아파트 거래량은 2천192건으로 2007년 조사 이후 가장 낮았으며, 지난해(5천963건)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지역 한 건설사 대표는 "검증되지 않은 지역주택조합이 난립하면서 지역 경제의 원동력인 건설 경기가 잠재적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통상 조합 사업이 수년씩 걸린다는 측면을 감안할 때 표류하는 사업은 장기적으로 지역 건설 경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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