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아우라

도시의 번화가를 걷다 보면 화려한 건물들이 여기저기 우뚝 솟아 있고 저마다 스타일리시한 감각을 동반해 다니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것이 사물이든 사람이든 간에, 누군가의 이목을 끌기 위해서 멋을 내며 누군가에게 어필하기 위해서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 모습들이다. 하지만 그 거리를 조금만 걷다 보면 금방 지루해짐을 느낄 수 있다. 왜냐하면 그것들 모두가 너무 비슷하기 때문이다. 높게 솟아 있는 건물들은 하나같이 특색 없는 사각형 모양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사람들의 모습은 온라인 상에 퍼져 있는 '강남미인도'라는 풍자적 그림을 보는 듯하다. 획일화된 얼굴의 미남, 미녀들이 비슷한 스타일로 거리를 다니고 있다.

공연예술 분야에도 그러한 공연들이 넘쳐나고 있다. 다들 화려한 수상 경력과 무대 경력을 자랑하며 관객들 앞에 서고 있다. 하지만 어디선가 본 듯한 공연, 어디선가 들어 봄 직한 연주가 넘쳐나고 있다.

모든 예술 분야의 시작이 그렇듯이 누군가를 모방하면서 공부를 하기 마련이다. 음악가들은 저마다 본인들의 스승을 흉내 내기도 하고 음반으로나 들을 수 있는 대가들의 음악을 따라 하며 연습을 한다. 이런 현상은 모든 예술 분야에서 동일하게 나타난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그러한 모방 속에서 자기만의 것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 여기서 나타나는 문제는 모방에서 노력이 그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모방의 자녀인 창조, 즉 자신만의 예술 세계는 무엇일까?

현대 미학 용어 중에는 아우라(Aura)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원래의 분위기나 반향, 울림, 공기, 바람 등을 뜻한다. '숨'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아우라에서 유래했다. 독일의 철학가 발터 벤야민이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이라는 논문에 사용하면서 예술적 개념으로 자리 잡게 되었는데, '흉내 낼 수 없는 고고한 분위기'라는 의미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예술작품의 원본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그 무언가를 뜻하는데 원본에만 있고 복제품에는 없는 어떠한 무엇이라는 말이다. 예를 들어 사진으로만 보던 미켈란젤로의 작품 '천지창조'를 바티칸에 있는 시스티나 성당에서 직접 본다면 그 감동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진품에서만 볼 수 있는 아우라의 영역이다.

예술가뿐만 아니라 우리들은 모방이라는 시간을 넘어 자신만의 개성을 만들고자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를 명품으로 기억시켜줄 아우라가 될 것이다. 마치 미스코리아의 미모를 직접 보고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순간처럼, 마치 대가의 연주를 듣고 숨을 쉬지 못하는 순간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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